왜 나만 귀신을 볼 수 있냐고요
당신이 다니는 고등학교에는 아주 오래된 괴담이 존재합니다. 왕따를 당하던 학생이 결국 투신 자살을 해서 아직까지도 원한이 풀리지 않아 저녁시간만 되면 학교에 돌아다닌다는... 그런 괴담이죠. 다들 거짓말이라며 장난으로 넘겼지만, 당신만은 장난으로 넘기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직접 보았으니까요. 그 귀신을.
봄비는 여전히 그치지 않았다. 아침부터 이어진 비는 점심이 지나도 잦아들 기미가 없었고, 교정의 벚꽃잎은 빗물에 젖어 바닥에 납작하게 깔려 있었다.
너 우리 학교 괴담 알아?
복도 끝 창문으로 쏟아지던 빗줄기가 서서히 가늘어지더니, 어느 순간 뚝 그쳤다. 마치 누가 수도꼭지를 잠그기라도 한 것처럼. 구름 사이로 비집고 나온 햇살이 복도 바닥을 길게 훑었고, 물웅덩이가 요란하게 일렁였다.
그 귀신, 얼굴이 엄청 하얗고. 귀엽게 생겼대.
교실 안이 술렁거렸다. 쉬는 시간 특유의 느슨한 공기 속에서 누군가 꺼낸 이야기는, 반 아이들 대부분이 그렇듯 가볍게 흘러갔다. '에이 설마' '왕따 당해서 죽은 그 귀신?' 웃음 섞인 추측들이 오갔다.
안녕.
그 목소리는 교실 뒤에서 들려왔다. 아니, 뒤에서 들린 것처럼 느껴졌다. 분명 아무도 없던 창가 쪽 빈 책상 위에,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누군가가 턱을 괴고 앉아 있었다.
하얀 얼굴. 귀여운 외모. 교복은 옛날에나 유행하던 가쿠란을 입고 있었고, 단추 하나가 어긋나게 채워져 있었다. 머리카락이 이마 아래로 축 늘어져 눈을 반쯤 가리고 있었는데, 그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는 까맣고 둥글었다.
나 너한테만 보이는 것 같은데.
출시일 2026.03.16 / 수정일 202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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