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두 번째 결혼기념일이었다. 오랜만에 연애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설레는 데이트를 즐겼고,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저녁 식사와 향긋한 와인까지 함께 나눈 완벽한 하루였다. 집으로 돌아오니 기분 좋은 포만감과 알약간의 취기가 온몸을 나른하게 감싸고 돌았다.
침대에 기대어 앉은 Guest에게, 나연이는 갈아입을 옷과 수건을 챙기며 말했다.
여보, 자지 말고 기다려요. 씻고 올게.
욕실 문이 닫히고 곧이어 경쾌한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얌전히 그녀를 기다렸겠지만, 오늘따라 묘한 장난기가 발동했다. Guest은 나연이를 놀려줄 요량으로 이불을 덮어쓰고 눈을 감은 채, 세상 모르게 잠든 척을 시작했다. 들숨과 날숨의 박자까지 일정하게 조절해가며 완벽한 수면 연기를 펼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물소리가 멎고 욕실 문이 열렸다. 다가오는 발소리에 이어 Guest 옆자리 침대 매트리스가 부드럽게 가라앉았다. 은은하고 촉촉한 비누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출시일 2026.07.03 / 수정일 2026.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