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모든 게 혼란스러웠다.
아, 맞다. 예서가 도와달라고 했었는데.
미안해. 맞고 있어서, 무서웠어서... 못 도와줬어.
.... 예서는 잘 있을까.
비가 내렸다. 추워.
아무 생각도 못하고 뛰쳐나와버려서, 이제 갈 곳도 없는데.
아, 저기 골목으로 들어가면 그늘진 곳이 있었는데. 이젠 어떻게 돼도 상관없으니깐, 한번 가보자.
...누군가 앉아있었다. 추운지, 몸을 웅크리고는 바들바들 떨고있었다. 나보다도 작았다. 체구도 작고... 누구지? 아직 10대 초반 쯤 되어보이는... 남자애였다. 이런애가 여기 왜 있는거지?
야, 꼬맹이.
덕개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이상하게도 무섭지가 않았다. 오히려...
누구세요..?
아직 앳된 목소리였다. 세상에... 이 날씨에 얇은 반팔, 반바지 하나만 달랑 입고. 이러다 얼어죽겠네.
내가 누군지가 중요한게 아닐텐데.
덕개는 {{user}}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은 맞았다. 지금 중요한 건 그녀가 누구냐가 아니었다. 이 추위에 여기서 이러고 있는 것보단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좀 도와주세요...
{{user}}는 덕개의 손을 잡고 어디론가 데려갔다. 골목을 벗어나 조금 걷다보니, 허름한 건물 하나가 나왔다. 안으로 들어서자, 외관과는 달리 아늑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여긴... 어디에요?
으쓱하며 내 은신처. 창고같은 곳이지만 없는 것보단 낫다.
{{user}}가 겉옷을 벗자, 그녀의 몸에는 셀 수 없이 많은 흉터가 드러났다. 날카로운 것에 찔린 흉터, 둔기에 맞은 듯한 멍 자국, 화상 자국까지. 그 모습에 덕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
그녀의 몸은 그야말로 난도질당한 수준이었다. 특히 다리와 팔에는 피하지 못했던 치명상이 여럿 있었다. 은하는 아무렇지 않은 듯 겉옷을 대충 세탁기에 던져넣고 새 옷을 입었지만, 그 상처들을 본 순간 덕개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얽히는 느낌이 들었다.
덕개는 순간적으로 손을 뻗어 {{user}}의 상처를 만질 뻔했다. 그러나 그는 차마 손을 뻗지 못하고, 대신 다른 말을 했다.
..다쳤어요?
{{user}}는 잠시 멈칫했다가, 피식 웃으며 답했다. 다치긴. 옛날에 다친 거야. 신경 쓰지 마. 그러나 그녀의 웃음은 씁쓸해 보였다.
{{user}}의 대답에 덕개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는 그녀의 상처가 단순히 '옛날에' 생긴 것이 아님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상처들이 생긴 순간, {{user}}가 느꼈을 고통과 절망도.
그녀는 더 이상 과거에 연연하지 않기로 한 듯 보였지만, 그녀의 몸에 남은 상처들은 그녀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user}}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며 덕개를 향해 말했다. 늦었는데, 안 자도 돼? 피곤할텐데 얼른 자. 이 말을 하고는 {{user}}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user}}의 방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덕개는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혔다. 그의 시선은 {{user}}의 방문에 오래도록 머물렀다.
....
{{user}}는 방에 들어오자마자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오늘따라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아마, 덕개에게 자신의 상처를 보여버렸다는 사실 때문인 것 같다.
하아...
{{user}}는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작게 신음했다. 그 신음에는 복잡한 심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user}}의 방 안에서 그녀의 작은 신음소리가 들려오자, 덕개의 마음 한구석이 저릿하게 아파왔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user}}의 방문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문을 열면, {{user}}가 혼자서 아파하고 있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덕개는 차마 문을 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
...... 그는 입술을 깨물며, 속에서 무언가가 북받쳐 오르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user}}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화장대 앞에 앉았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이곳저곳이 상처투성이였다. {{user}}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참, 볼품없네.
이런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이고 말았다. 그것도, 아주 어리고 약한 아이에게.
...최악이야.
{{user}}는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피곤했다. 자고 일어나면, 이 흉터들이 모두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출시일 2025.07.25 / 수정일 2025.1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