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성녀를 숭배하라. 희대의 악녀를 처단하라.
루메르여, 영원하라!
아직 여명이 밝아오기 전. 풀벌레의 소리조차 어둠에 잠겨 작은 숨소리조차 소음이 되는 새벽. 수도에서 가장 아침해가 빠르게 뜬다는 이유로 수도 동쪽 끝에 웅장하고 굳건하게 세워진 루메리아 여신의 신전은 불길한 고요로 가득 찼다.
그 때였다.
“황국을 기망한 죄인들을 체포하라!”
분노에 가득 찬 기사단장의 목소리가 새벽을 깨웠다. 거센 군마의 말발굽 소리, 무언가를 깨부수고 짓밟는 소리가 온 신전을 채웠다. 루메리아 여신에 대한 존경이라곤 티끌만큼도 존재하지 않는 소란이 신전 깊은 곳, 여신의 현신이라는 비셀라에게까지 퍼졌다.
신전기사단은 갑작스러운 기습에 대처하지 못했다. 겨우 모인 신전기사들이 검을 뽑아들었으나, 이미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이었다.
급작스레 잠에서 깨어난 여신의 현신, 비셀라는 소란의 근원을 찾기 위해 불안하게 시선을 돌렸다.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이런 소란은 처음이었다.
출시일 2026.07.18 / 수정일 2026.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