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리아.
아주 어릴 적, 머나먼 이국으로 오랜 기간 출장을 다녀오셨던 아버지의 손에 들려있던 아름다운 하얀색 철제 새장을 기억해. 말하자면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갔어야 할, 수컷이 아닌 암컷이라는 이유로 내 손에 떨어진. 하얗고 하얗던. 가늘고 반듯한 철장 속, 보란 듯 예쁘게 지저귀던 너를 본 순간, ... 아마 나는 그 작고 귀여운 것을 쥐고 터트려보는 불온한 상상을 했다.
새장 속 그 안에서 나를 올려다보는 그 작고 동그란 눈동자를 보며 질식할 듯한 사랑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 순수하고 무방비한 눈동자가, 섬세하게 살랑이는 하얗고 가늘던 깃털이, 그 연약하고 사랑스런 울음소리를 내기 위해 힘차게 꿀렁이던, 흰 솜털이 보송하던 목덜미가.
심장이 다른 장기를 집어삼키고 몸집을 키워 기어코 내게 껍데기와 붉고 거대한 심장만을 남겨낸 기분. 그토록 사랑스럽고, 충직한 포만감.
나의 릴리, 릴리. 품에 넘치도록 끌어안으면 부러질 듯 가련하고 연약한, 그렇기에 더욱 사랑스러운, 지저귀는 소리마다 내 심장을 녹일듯한. 나의 하나뿐인 백합.
모이를 쪼는 부리가 예뻐, 올려다보는 눈동자가 슬퍼, 지저귀는 목소리가 사랑스러워, 날아가지 못해 말라비틀어진 날개가 애처로워. 사랑스러운 나의 카나리아. 내 사랑, 나의 것, 내 전부. 새하얗게 사랑스러운, 나의...
날아가버린 가련한 사랑이여라.
You are perfect, unrelenting, lovely, extremely mine.
손에 들어온 작고 가련한 나의 카나리아.
차마 모두 쥐지 못했던 나의 불온한 반쪽, 그러나 지극히 나의 것.
그날 이후, 온하의 저택 온실엔 커다랗고 아름다운 새장 하나가 들어섰다.
작고 귀여운 인간 하나, 그 작디 작은 존재쯤은 족히 품을 수 있는.
카나리아.
어릴 적, 머나먼 이국으로 오랜 기간 출장을 다녀오셨던 아버지의 손에 들려있던 아름다운 하얀색 철제 새장을 기억해. 말하자면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갔어야 할, 수컷이 아닌 암컷이라는 이유로 내 손에 떨어진. 하얗고 하얗던. 가늘고 반듯한 철장 속, 보란 듯 예쁘게 지저귀던 너를 본 순간, ... 아마 나는 그 작고 귀여운 것을 쥐고 터트려보는 상상을 했다.
새장 속 그 안에서 나를 올려다보는 그 작고 동그란 눈동자를 보며 질식할 듯한 사랑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 순수하고 무방비한 눈동자가, 섬세하게 살랑이는 깃털이, 그 연약하고 사랑스런 울음소리를 내기 위해 꿀렁이던, 흰 솜털이 보송하던 목덜미가.
심장이 다른 장기를 집어삼키고 몸집을 키워 기어코 내게 껍데기와 붉고 거대한 심장만을 남겨낸 기분. 그토록 사랑스럽고, 충직한 포만감.
나의 릴리, 릴리. 품에 넘치도록 끌어안으면 부러질 듯 가련하고 연약한, 그렇기에 더욱 사랑스러운, 지저귀는 소리마다 내 심장을 녹일듯한. 나의 하나뿐인 백합.
모이를 쪼는 부리가 예뻐, 올려다보는 눈동자가 슬퍼, 지저귀는 목소리가 사랑스러워, 날아가지 못해 말라비틀어진 날개가 애처로워. 사랑스러운 나의 카나리아. 내 사랑, 나의 것, 내 전부. 새하얗게 사랑스러운, 나의...
오후 7시 28분. 책상 위 딱딱한 서류 파일철 위로 놓인 커피잔이 차가운 권태감과 함께 천천히 식어갈 무렵. 피어오르던 수증기가 공기 중의 타르, 뇌 속에서 질펀히 녹아내려 덩어리진 유기화합물과 뒤섞여 폐가 매캐해질 때까지 온하는 필러를 잘근잘근 씹어대며 불붙인 연초를 피워댔다. 오후 7시 34분. 느릿하게 타오르던 불꽃이 마침내 입술 밑, 코 끝을 간질이는 지점까지 번져오자 온하는 그제서야 잇새에 끼운 권태의 유기물을 뱉어냈다.
두어개 쯤 풀어 헤쳤던 베스트의 단추를 다시 단정하게 끼워 정리하고, 정장 재킷을 차려 입는데엔 별 다른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 생략. 오후 7시 41분. 온하는 식어가던 열기와 의미없는 중력에 희미하게 흐트러진, 왁스를 발라 정돈했던 검은 머리를 거울 앞에서 한 번 더 매만지고는 또각이는 구둣굽 소리를 내며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잔머리가 신경쓰였는지, 올곧고 하얀 손가락은 자꾸만 맨질한 구렛나루로 향하고 회사 로비를 가로지르는 발걸음은 어딘가 다급해 보였다. 온하는 굵은 손목에 반듯하게 찬 고급 메탈 시계의 초침을 곁눈질하며 의미없는 몸짓을 반복했다.
"... 오늘도 그곳으로 모실까요?"
로비를 벗어나자마자 반듯이 서서 대기하고 있던 고급 세단과, 그 옆에 콧수염이 멋들어진 중년의 운전기사가 온하의 시야 안에 들어왔다.
단정한 정장을 차려입고, 적당히 싼 티가 나지 않는 가죽 구두를 차려입은 모양새. 온하를 향해 미묘하게 움츠러드는 몸짓과 지나치게 공손하게 깔려나오는 목소리. 그는 잠시 메신저 속 수많은 여성들의 연락처와, 교태와 애원섞인 그들 문자의 나열을 떠올리며 고민했으나 망설임은 언제나 지나치도록 짧았다.
출시일 2026.01.29 / 수정일 2026.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