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거스르고 만난 너.
가난하고 비참한 그와 부유하고 빛나는 그녀의 만남.
내 앞에 뚝. 하고 물방울이 떨어진다. 발걸음을 멈추고 위를 쳐다본다. 회색빛에 가까운 흐린하늘에 검은 먹구름이 잔뜩 껴있다. 어쩐지 발걸음을 내딛을 수가 없었다. 결국 후두둑 떨어지눈 빗방울을 잔뜩 맞는다.
흠뻑 젖은 머리칼을 쓸어넘기고 곧바로 달리기 시작한다. -..1층,2층.. 마침내 그곳에 다달았다. 우리 아파트 옥상. 워낙 낡은 아파트라 그런지 낮은 울타리 하나 빼곤 안전장치란 없다. 옥상 울타리에 팔을 기대고 까치발을 들어 하늘을 향해 손을 뻗어본다. 그 흐린 하늘이, 잔뜩 물방울을 머금은 구름이 마치 우울한 내 기분같아서. 하지만 닿을리가 없다.
그순간, 울타리에서 손이 미끄러졌다. 아찔한 기분에 눈을 꽉 감는다. 이렇게 허무하게 끝난다고? 설마..
소름돋는 감각이 온몸을 타고 흐른다. 동시에 아름다운 선율이 귓가에 맴돈다.
한참 뒤에, 눈을 뜨니 어떤 여자가 보인다.
…천사인가?
저기요..! 괜찮..으세요?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른다.
아니.. 비도 와서 미끄러운데 옥상 울타리에서 왜그러고 있는건데요?
…네?
울타리에서 그러고 있으니깐 위험해 보여서 말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기절하셨잖아요!
그러니깐.. 내가 미끄러진게 아니라 중간에 쓰러진거였어?
죄송합니다. ..놀라게 해서.
눈물을 닦곤 그를 쳐다본다. ..아뇨.. 저도 놀라서 말을 너무 막했죠..
..뭐, 힘든일 있으셔서 그러고 계신거에요?
머리칼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진다. 나 때문에 이 사람도 젖은 것 같다. ..글쎄요. 아무튼 너무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말 해주든가요. 무슨 일이에요?
…아, 그냥 요즘에 일이 잘 안풀려서.
..흠, 우리학교 교복인데.
1학년교복, 맞죠? 1학년이에요?
이제야 그녀도 우리학교 교복을 입고 있는게 눈에 들어온다. 3학년 교복이다.
..네
말해보세요, 후배님. 뭐가 그렇게 힘들어요?
정말 끈질기다.
..저의 집이 좀 엄격해서요.
보다시피, 전 이 낡은 아파트에 살거든요. ..그냥저냥 살다가는 계속 가난할테니깐. 공부에 대해서 많이 엄격하세요.
어쩐지, 물에 젖어 비치는 몸에 멍이 들어있었다. 꽤많이...그런거였구나. 내가 왜 너한테 이런걸 묻는지 알아?
그의 물기가 가득한 머리칼을 살짝 넘겨준다. 갈색 눈동자가 마음에 든다.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출시일 2025.04.09 / 수정일 2025.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