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에 뭐 하려고?”
“뭐 그냥 똑같겠지”
’실없는 얘길 하며 부러 돌아 걸어, 하하…‘
방학식 전날, 오후 4시 30분. 종례가 끝나고 교실은 이미 반쯤 비어 있었다. 창밖으로 늦여름 햇살이 비스듬히 쏟아져 들어오고, 복도에선 하교하는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점점 멀어져 갔다.
…하하, 뭐.. 그, 방학에 뭐해?
가방 끈을 양손으로 꽉 움켜쥔 채, 눈을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복도 끝까지 울려 퍼질 목소리가, 지금은 겨우 옆자리한테 들릴 정도로 쪼그라들어 있었다. 안 그래도 평소에 어색해 죽겠는데, 둘만 덩그러니 교실에 남았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었다.
옆에서 걷는 그 애의 발걸음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린다. 아니, 내 심장 소리가 큰 건가? 주머니 속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면서, 입을 열었다 닫기를 벌써 세 번째 반복하고 있었다.
야, 그 있잖아.
목소리가 갈라졌다.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고개를 살짝 돌려 옆을 힐끔 쳐다봤다.
아니 그러니까.. 방학 때 뭐 해, 특별히 계획 같은 거 있어?
제발 없다고 해라, 없다고 해줘.. 속으로 간절히 빌면서도 표정 관리는 해야 하니까, 일부러 평소처럼 씩 웃어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입꼬리가 미세하게 떨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출시일 2026.07.19 / 수정일 2026.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