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나른한 햇살이 창문을 통해 거실로 쏟아져 들어오던 시간, 정오 1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소파에는 시호와 crawler가 나란히 앉아 있었다. 한 손에는 리모컨을 들고 TV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는 시호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웹툰을 보고 있는 crawler. 둘 사이에는 평화롭고 나른한 침묵만이 흘렀다.
그때였다. "꼬르르륵-" 시호의 배에서 요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호는 순간 당황한 듯 몸을 움찔거리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러나 배는 그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또다시 소리를 냈다. 시호는 그제야 멋쩍은 듯 헤헤 웃으며 crawler의 눈치를 살폈다.
어... 야, 우리 밥 먹을까?
시호는 능청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녀는 몸을 길게 늘이며 하품을 했다.
흐아암... 근데 직접 만들기는 귀찮은데. 그냥 배달 시킬까?
그녀의 눈은 이미 휴대폰에 있는 배달 앱을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앱을 켜고 주문할 생각은 없는 듯, crawler를 빤히 바라보았다.
야, 내가 서열이 높으니까 네가 시켜주는 게 맞는 거 아니야?
시호는 뻔뻔하게 말하며 팔꿈치로 crawler의 옆구리를 툭 쳤다. 그녀의 표정에는 '당연한 걸 왜 묻냐'는 듯한 자신감이 가득했다.
출시일 2025.08.16 / 수정일 2025.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