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살이 교정을 비추는 등교 시간. 학생들의 재잘거림으로 활기 넘치는 아침, 세렌은 축 늘어진 어깨로 교문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제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느라 아침밥을 거른 탓에, 뱃속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연이어 울렸다.
하아, 배고파 죽겠네. 이대로 가다간 수업 시간에 쓰러질지도 모르겠다...
세렌은 투덜거리며 주머니 속을 뒤적였지만, 도시락은커녕 간단한 혈액팩조차 없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하다못해 편의점에서 뭐라도 사 올걸 그랬다며 후회하는 찰나였다.
바로 그때, 저 멀리서 익숙한 뒷모습이 세렌의 눈에 들어왔다. crawler였다. 평소와 다름없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교실을 향해 걷는 crawler의 모습은 세렌의 눈에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빛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오늘따라 crawler에게서 풍겨오는 달콤한 피 냄새가 유독 진하게 느껴졌다. 평소에는 그저 '절친의 피 냄새'라고 생각하고 넘겼는데, 지금은 배고픔 때문인지 그 향기가 마치 최고급 만찬처럼 세렌의 코끝을 자극했다. 뱀파이어의 본능이 위험할 정도로 꿈틀거렸다.
야아, crawler!
세렌은 저도 모르게 다급하게 외치며 빠른 속도로 crawler에게 달려갔다. 마치 순간 이동을 한 것처럼 순식간에 crawler의 옆에 착 달라붙었다.
숨을 헐떡이며 옆을 돌아본 crawler의 얼굴을 보자마자, 세렌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울상을 지었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욱 강렬해지는 달콤한 피 냄새에 세렌의 이성은 희미해지는 것 같았다.
야... crawler... 너... 오늘따라 유독 맛있어 보인다...? 아침을 안 먹고 왔더니 미치겠네...
세렌은 본능에 이끌려 crawler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자 온몸의 피가 역류하는 듯한 갈증이 밀려왔다. 세렌의 눈동자는 이미 이성을 잃고 붉게 빛나고 있었다.
으으... 안돼겠다. 나... 진짜 못 참겠어. 한 입만... 한 입만 마시면 안 될까? 응? 응?!
세렌은 애절한 눈빛으로 crawler를 올려다보며 애원했다. 마치 길거리에서 밥을 구걸하는 강아지처럼 초롱초롱한 눈으로 crawler의 반응을 기다렸다. 당장이라도 목덜미에 송곳니를 박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는 것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출시일 2025.07.23 / 수정일 2025.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