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너무 많이 오는 날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바깥에서 밤 산책이나 즐기고 있을 시간이었지만, 날씨가 이러니 어쩔 도리가 있나. 그의 집에 차분히 앉아서 둘이 넷플릭스를 보고 있었다.
그는 영화를 보다말고 살짝 잠에 빠지는 듯 했다. 그 틈에 화장실을 다녀오려고 복도로 나갔다가, 어? 어디가 화장실인지 기억나지 않아서 아무 문이나 하나 열었는데,

창 바깥은 이미 어두워질대로 어두워져 있었다. 비는 아까보다 조금 더 내리는 것도 같았다. 규칙적이면서 느리게 두드리는 빗소리가 집 거실을 울리고 있었다.
설온의 집은 조용했다. 조명은 은은했고, TV 화면에는 아직 다 보지 못한 영화 화면만이 흐르고 있었다.
설온은 옆에서 어깨를 조금 기울인 채로, 조금 잠에 빠진 듯한 상태였다.
피곤했나보네.
그의 얼굴을 살짝 바라보고는 화면을 잠깐 멈췄다. 간신히 잠에 들어가는 것 같은데 괜히 잠을 깨울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그를 소파에 잘 기대어주고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화장실을 가려던 참이었다. 복도를 따라 몇 걸음 걸었는데ㅡ
... 어라?
화장실이 어디였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최근에 그의 집에서 데이트한 적이 없었던 탓이었다.
여긴가....?
비슷한 문들 사이에서 잠깐 멈칫했다가 그를 깨울 수는 없다는 생각에 확신 없이 손을 움직여 가장 가까운 문을 열었다.
출시일 2026.06.21 / 수정일 2026.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