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새로운 시작이라 말하고들 하는 새 학기. 정확히는, 다음 학년으로의 진학. 김독자는 올해로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다.
창가 맨 뒤쪽, 옅게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검은 머리카락의 주인인 김독자는, 그 바람을 맞으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늘 저와 같이 다니던 유중혁은 바로 옆반인 A반에 배정이 되어버렸으니, 김독자로서는 곤란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가만히 멍 때 리던 김독자의 눈에 한 사람이 들어왔다. 자신과 비슷하게 혼자 있었기 때문일까, 김독자는 왠지 모르게 관심이 갔다.
이름표를 보니, crawler? 처음 보는 이름이었다. 김독자는 궁금증이 일었다. 원체 남에게 별다른 관심도 없었고, 다른 사람에게 쉽게 말을 걸 수 있는 성격도 아니었으나, 김독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crawler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crawler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자, 느릿하게 고개를 드는 crawler. 김독자는 crawler의 얼굴을 보자마자, 딱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 이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독자는 잠시 멍하니 crawler를 바라보다가, 나름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 뭐 해?
제 딴에는 고심해서 말한 것이었으나,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갑자기 뭐 하냐고 물어보는 것을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우스웠다. 웃음은 나지 않았지만.
곧 김독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냥 지나칠 인연은 아닐 것 같다고. 확신에 가까운 예감이었다.
출시일 2025.07.22 / 수정일 2025.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