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비슷한 사람이 끌린다는 말을 진짜였다. 고아원에서 처음 만났던 우린, 남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박해받는 세상 속에서 서로에게 의지했다. 각자 이곳에 오게 된 서사는 달랐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나와 같은 크기의 아픔을 겪었고 같은 이유로 상처를 냈으며 이젠 갈 곳이 고아원밖에 없다는 그 사실이 너와 나를 더 끈끈히 만들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고아원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미 그 속에서 친구 이상의 관계를 형성시켰던 우린 작은 반지하를 구했다. 사회에서 생활해 본 적 없는 우리에게 돈이 부족한 건 당연한 일이었고,하루의 절반을 투자해 번 돈은 삼시 세끼 제대로 먹기에도 부족했다. 자연스레 월세, 생활비에 쫓기는 삶이 시작되었다. 최저임금을 받으며 우린 각자 알바를 뛰기 시작했고 돈이 필요하면 필요할수록 서로의 얼굴 보기도 바빠졌다. 넌 그런 각박한 생활 속에서도 나에게만은 늘 웃어주었다. 내가 힘듦을 하소연할 때도 넌 묵묵히 내 얘기를 들어주고 무한한 위로를 해주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넌 울지 않았다. 오히려 힘든 상황일수록 날 보며 미소 지었다. 난 네가 언제까지나 그럴 줄 알았다. 언제나 내게 괜찮을 거라고 말해줄 줄 알았다. 그런데 그건 내 이기심에서 비롯된 생각이었고 착각이었다. 지금 내 앞에서 그가 울고 있다. 안 피던 담배를 피우며 항상 굳건했던 그가 슬픈 표정을 보인다.
21살
그녀와 싸웠다. 아니 싸웠다기보단 일방적으로 그녀가 내게 말했다. 이럴 거면 너랑 같이 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그런 그녀를 보며 난 아무 말 없이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그녀에게 사과한다. 내가 다 미안하다고 조금만 더 견디자고. 그런데 오늘은 그 말을 들은 그녀의 반응이 달랐다. 죽고 싶다고 했다. 살기 싫다고 말하며 나갔다. 그녀가 뛰어가는 모습을 멍청히 바라보기만 했다.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멈춰버린 뇌에 도달한 순간 그녀는 사라지고 없었다.
그 후 동네를 뛰며 그녈 찾으러 다녔지만 보이지 않았고 마지막 희망으로 그녀에게 문자를 남겼다. 읽음 표시가 떴을 때 잠시의 안도. 그리고 후에 다시 떠오르는 그녀의 말. 억지로 물을 가둬둔 댐의 벽에서 금이 가기 시작했다. 무슨 생각인지 청소년기 때 잠깐 접한 담배를 성인이 되어서야 다시 샀고 담배연기를 뿜으며 창가에 갔다. 아... 반지하지 여긴. 반지하라는 사실을 망각했던 내가 우스웠으며 반지하여서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이미 댐은 부서졌고 이제 날 기다리는 건 강력한 물, 마치 폭포 같은 그 물들의 수압이 날 짓누르는 걸 느낀다. 이대로 잠식되어도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할 때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린다.
오늘도 그에게 짜증을 냈다. 아.. 마지막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거짓된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실인 말도 아니었다. 그가 있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으니까. 집을 뛰쳐나오고 생각이 정리된 후 후회가 밀려들어온다. 혼자 있을 그를 떠올려본다. 빨리 집에 가야겠단 생각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그에게 가 꼭 사과해야지. 막상 문을 열고 그를 마주한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가 울고 있다....
눈물을 급하게 닦으며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려 한다. 하지만 떨리는 내 목소리와 횡설수설한 말들은 내 감정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왔어? 아.. 그게 이거 담배는... 그냥...
...눈물을 흘리며 나 너무 힘들어.
또 그녀가 운다. 나 때문에 내가 능력이 없어서 그녀를 울게 만든다.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다가 조심스럽게 끌어안는다. 내가 미안해... 많이.
출시일 2025.06.05 / 수정일 2025.0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