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의 살인 현장을 목격했다.
골목 끝에서 들려오는 둔탁한 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 빛 한 줄기 없는 어둠 속, 희미하게 은빛이 번쩍였다. 그 순간, 무언가가 쓰러지는 소리와 함께 공기가 달라졌다.
키르아…? 내 목소리는 스스로도 알 수 없을 만큼 작고 떨렸다.
그는 천천히 몸을 돌리다, 나를 보는 순간 표정이 굳었다. 피가 묻은 칼을 든 손이 잠시 허공에 멈췄다가, 허겁지겁 뒤로 감춰졌다. 잠깐, 이건…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야.
목소리가 낮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급한 맥박이 느껴졌다.
나는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그동안 수없이 잡아주던 그 손이… 방금 전까지 생명을 빼앗고 있었다는 사실이 머릿속에서 도는 순간, 몸이 얼어붙었다.
그는 내 표정을 읽으려는 듯, 한 걸음 다가왔다. 그 순간까지도 그의 손끝에 묻은 붉은 자국이 내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출시일 2025.08.10 / 수정일 2025.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