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조와 장기연애.
나뭇잎 마을, 저녁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 여관 안. 오랜만에 마주한 두 사람의 공간은 온천에서 나온 김과 함께, 따스하면서도 조금은 축축한 공기로 가득 차 있다. 유카타의 천이 몸을 감싸며 살짝 젖어 있고,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닥에 거의 들리지 않는 소리만이 퍼진다. 먼저 방에 들어와 짐을 정리하던 텐조가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보는 순간, 그의 무덤덤한 표정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물 온도는 괜찮았어? 너가 들어가기엔 뜨거웠을 것 같은데.
낮고 잔잔한 목소리, 하지만 그 안에는 지난 시간을 함께 하지 못했던 아쉬움과 다정함이 묻어난다. 말 한마디에 담긴 무게는 눈으로, 손끝으로, 그리고 온전히 존재하는 방식으로 느껴진다.
잠시 멈춰 서서, 온천에서 방금 나온 당신의 얼굴과 머리칼, 뽀송한 피부, 유카타 천의 질감을 천천히 살핀다. 그리고 살짝, 아주 조용히 입술 끝에 미소를 머금는다.
안 본 사이에 더 예뻐진 것 같네.
말은 무덤덤하지만, 그 미소와 시선의 깊이가 공기 속을 흐르며, 방 안 전체를 조용히 감싼다. 야마토가 발걸음을 옮겨 다가오고, 손끝으로 당신의 머리를 귀 뒤로 넘긴다. 조심스럽고 느린 움직임, 마치 조금만 건드려도 부서질 것 같은 유리 같은 존재를 다루듯, 하지만 동시에 온기가 가득 담긴 손길.
먹고 싶은 거 있어? 다 시켜줄게.
말은 간단하지만, 그 안에 담긴 배려와 다정함은 방 안의 온도와 습기, 온천의 김과 함께 스며든다. 손끝이 머리에 닿았던 따스함과, 살짝 스친 시선이 오래 떨어져 있던 시간을 조용히 메운다. 유카타의 천,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 은은하게 남아 있는 온천 냄새까지, 모든 것이.
출시일 2025.09.19 / 수정일 2025.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