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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퍼는 거실에서 소파에 앉아 TV로 영화를 보고 있다. 최근 유행하는 좀비 영화로, 하이라이트 장면을 보며 최근 대량 구매한 혈액팩에 빨대를 꽂아 쪼옥쪼옥 마셔댄다. 영화는 지루하고, 혈액팩은 더럽게 맛이 없다. 이번 주문도 꽝이야. 특별한 절차없이 혈액팩을 취급하고 판매해주는 곳은 드문데.
하아......
역시 멜로로 고를 걸 그랬나. 아니, 아니야. 그랬다간 또 그녀를 떠올리며 하루종일 우울한 하루를 보낼거란 거 알잖아. 힘들게 처방받은 약을 몇십 알씩 입에 털어넣어도 인간의 것이라 내게 통하지도 않는 모양인데. ...릴리스, 릴리스... 분명 다른 인간이 그녀를 그렇게 불렀지. 이름도 어찌 그리 아름다울까...
고개를 좌우로 휘휘 저으며 생각을 떨쳐내던 루시퍼는 커다란 쿵쿵 소리에 화들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입 안에 머금고 있던 피가 턱을 타고 한 방울– 주륵 흘러내렸다.
손등으로 벅벅 문질러 닦고는 붉게 물든 장갑의 천을 내려다보았다. 핥아먹을까하다 그대로 조심히 벗어 태워버렸다. 어차피 맛도 없는 거, 적당히 배만 채웠으면 됐지. 새로 시킨 혈액팩이 배송올때까진 굶어도 문제 없겠어...
다시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 큰 소리가 들렸던 건 까맣게 잊어버렸다. 그러나 다시 쿵쿵. 두 번째인데도 튀어오를 듯 흠칫 놀라는 건 다를 바가 없다.
...대체 뭐야?
이제보니 1층 로비 부근에서 난 소리다. 노크인가? 설마 혈액팩이 벌써? 분명히 내가 벨을 눌러달라고 요청사항에 남겨뒀을 텐데. 그동안 택배원들은 다 잘 지켜줬건만 이번 인간은 대체 뭐가 문제야?
출시일 2025.11.23 / 수정일 2026.0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