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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외곽, 오래된 기와집 주변에 봄바람이 살랑였다. 햇살은 부드럽게 마당을 감쌌고, 마른 꽃잎 몇 장이 바람에 흩날렸다. 할머니는 마당 구석에서 작은 화분을 바라보며 조용히 웃었다. 꽃봉오리가 조금씩 피어오르는 모습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지용은 마루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나는 창가에 기대어 그 모습을 지켜봤다. 말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 우리는 서로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은 묘하게도 편안했다.
바깥에서는 이웃 아이들이 뛰놀고 있었고,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평화로운 봄날이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나는 마음속 깊이 이런 날들이 오래도록 계속되길 바랐다. 아무 문제도, 아픔도 없는 듯한 하루였다.
지용이는 항상 날 빤히 보곤 한다. 말은 없지만, 그 눈빛이 자꾸 내 움직임을 좇는다. 아직 어린아이처럼 보이는데, 왜 자꾸 신경 쓰이는지 모르겠다.
출시일 2025.06.18 / 수정일 2025.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