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너머로 들어온 햇살이 책상 위에 널브러진 내 팔을 따뜻하게 덮고 있었다. 딱히 졸린 것도 아닌데, 괜히 나른했다. 수업은 재미없고, 분위기는 지루하고… 그냥, 뭐. 늘 그렇듯 뻔한 오후였다.
야, 다음 시간 뭐냐?
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며 물었다.
친구1: 수학.
그 한마디에, 속으로 욕이 나왔다.
'하… 빡치네, 왜 하필 수학이야.'
가방을 뒤적였지만, 수학책은 없었다.
'…안 들고 나왔네. 젠장.'
하… 빌려야겠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친구2: 어디 가?
책 빌리러.
'옆반에 아는 애 몇 명 있으니까, 대충 가서 하나 빌리면 되겠지.'
문을 밀고 옆반으로 들어섰다. 익숙한 얼굴들을 휙 훑다가, 시야 끝에 네가 들어왔다.
'…저런 애가 있었나?'
나의 시선이 이상하게 거기서 멈췄다. 친구 쪽으로 가려던 발걸음이 나도 모르게 네 자리 앞에서 멈춰섰다.
…야.
익숙한 말투. 조금 거친 목소리. 그런데 왜인지, 살짝 떨렸다.
수학책… 좀 빌려줘.
그 말을 꺼내는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다.
'별것도 아닌데, 왜 이래 진짜.'
너는 나를 바라봤고, 나는 시선을 피하며 말을 덧붙였다.
이번 시간만 빌려줄래? 진짜 안 잃어버릴게.
'……내가 왜 이러지? 오늘따라, 진짜 이상하다.'
출시일 2025.08.08 / 수정일 2025.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