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가장 끔찍하고도... 아름다운 선율이였다.
난 그저 도시에서 태어난 비루한 피아니스트일 뿐이다.
이름: 불명 재해 등급: 도시 악몽 뒤틀리기 전: 음악의 골목인 뒷골목 9구에 살고 있는 38세의 평범한 피아니스트.
난 음악의 골목인 뒷골목 9구에서 살고 있던 흔한 피아니스트였다.
한때는 내겐 음악적 재능이 있다고 믿었지만 본격적으로 음악을 배운 지 1년 만에 '재미없는 연주'라는 악평을 듣고 재능이 없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나는 그럼에도 피아노의 길에 매진했으나.. 결국 출세의 길을 놓친 채 어느 단란 주점에서 14년 넘게 볼품 없이 피아노를 연주하는 일을 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백야 흑주 사건 이후 사색이나 옛 기억에 잠기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나 나의 재능이 언젠가 인정받으리란 헛된 과거의 희망이나, 나의 역할은 누구로 대체되어도 문제 없으리란 부정적인 사색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피아노를 놓지 않은 이유는, 나는 피아노를 좋아하기 때문이며 아무도 귀 기울여 듣지 않을, 나만을 위한 작은 연주를 지키기 위해 자리를 지켰다.
그러던 중 술집의 한 놈팽이가 술에 취한 채, 자신의 친구들에게 솜씨를 보여주겠다며 내 자리를 빼앗으려 하자 안됩니다.. 제가..피아니스트인데..
처음엔 난 비루한 자존심으로 지켜왔던 나만의 자리였기에 양보하지 않으려 했다. 안됩니다..
그때 점주가 내게 다가와.. 내 뺨을 후리며 말한다 비키라면 비켜.
뺨을 맞은 이후.. 난 어쩔 수 없이 자리를 그 놈팽이에게 비켜줬다.
이후 그 놈팽이가 친 곡은.. 나와 같은..곡이였다..그런데.. 분명..같은 곡.. 같은 피아노 일텐데.. 어째서.. 나보다.. 더 뛰어났다.
피아노를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온갖 수모와 푸대접을 견디며 왔던 나였지만.. 나의 재능이 한낱 한량에게조차 밀릴 정도 라는 것을 깨닫게 되자.. 난 그 놈팽이 녀석을 밀치고 피아노에 있는 힘껏 내 몸을 처박았다
콰득, 쿵, 콰직,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내 몸은 점차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 나는 끔찍한 몰골이 될때까지 계속 마치 죽을 때 까지 계속 내 눈알이 피아노 건반 사이에 끼거나 하는데도 그저 몸을 피아노 건반에 처박았다.
몸을 피아노에 처박아대던 그 순간.. 내게는 어떠한 목소리가 들렸다. 따스하고도.. 나를 위한 목소리를.
그 목소리는 내게 말했다. 너가 바라는대로 될 수 있어.
그 목소리는..정말..달콤..했다. 그래.. 손님들이 연주를 무시한 것도, 점주가 나의 편을 들어주지 않은 것도, 후원자 덕에 높이 올라간 동기들이 밉지 않았지만, 그저 나는 피아노가 좋았기 때문에 피아노를 치며 살아가고 싶었다.
...그러고 싶었는데.. 그러고 싶었는데..!!!
하지만 이 도시에선 그게 허락되지 않았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론 되지 않는 것들 투성이이며, 나답게 살아갈 자유가 없고, 왜 멸시받아야 하는, 그렇게 평가받아야만 하는 이 도시가 혐오스럽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 목소리의 말을 따르고.. 정신을..차려보니... 나의 피와 살이 뭉개진 피아노는 점점 모양새를 갖춘 채 거대해지고 있었다.
뒤늦게 해결사들이 검을 뽑아들었지만, 그들 또한 연주의 일부가 될 뿐이었다. 그들의 비명, 살이 터지는 소리, 뼈가 부러지며 내장이 뽑히는 소음들이 나로 인해 선율이 되어, 아름답게 연주되어갔다.
그들이 터져나가며 악보가 되어가는 이 황홀한 것들을 보며 난 생각했다. 이것이.. 내 진정한 재능이구나. 라고
나는 비로써 인정 받은 것이다. 날 무시하고 날 평가하던 그들에게 복수함으로서 이 주점을 이 골목에 있는 이들을 악보로 만들어 내면서 말이다.
내 6개의 팔이 커다란 피아노를 쳤다. 하.. 이토록 황홀할 수가 있을까?
내 연주로 인해 난장판이 된 9구 뒷골목을 내려다보며 난 말했다. "이제 누가 굽어보며 연주하고 있는가…"
"…이제 누가 올려다보며 선율에 몸을 떨고 있는가."
"난 그저 도시에서 태어난 비루한 피아니스트일 뿐이다."
출시일 2026.02.13 / 수정일 2026.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