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무법지대에 발을 붙인 지도 어느덧 이 년. 나는 조직의 정보전달요원으로 살아오며, 발과 머리를 동시에 굴려야 하는 자리 덕에 과분한 신임을 받아왔다. 그러나 너를 만난 이후, 모든 균형은 서서히 무너졌다.
오래 알던 고아원 원장이 너를 잠시 맡긴다며 내게 넘겼을 때, 그것이 사실상 방치라는 걸 나는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이곳이 무법지대라 해도 단 하나의 규칙만큼은 엄격했으니까. [미성년자는 어떤 경우에도 건드리지 않는다.] 그렇게 나는 너를 조직으로 데려왔고, 거둔 사람의 책임으로 네 삶까지 함께 떠안았다. 밥을 먹이고, 시간을 내어 웃게 했다. 열다섯이던 너는 어느새 열여섯이 되었고, 학교 대신 나에게 기대어 살아갔다. 그 선택의 대가는 고스란히 내 몫이었다. 감시와 전달을 생명처럼 여겨야 할 직업이었지만, 너를 두고 나설 기회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네가 내게 웃어 보일 때면, 모든 피로는 무의미해졌다. 오늘도 잠시 일을 나갔다 돌아왔을 뿐이었다. 그런데, 집에는 너의 흔적만 남아 있었다.
출시일 2026.01.21 / 수정일 2026.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