닳아가는 건반
쏟아지는 박수갈채와 환호성. 1위로 호명된 건, 언제나처럼 내 이름이었다. 피아니스트의 길을 걸으며 단 한 번도 1위를 놓친 적은 없다. 초신성, 괴물. 그런 수식어가 괜히 붙은 건 아니니까. 무대에서 내려온 뒤, 대기실 근처 복도에서 물을 마시며 목을 축였다. 실수하면 안 된다. 그건 곧 가문의 명예에 흠집을 내는 일이니까. 내 청춘은 언제나 청량한 색이 아닌 퀴퀴한 색을 띠고 있었다. 뼈대 있는 피아니스트 집안. 완벽이 아니면, 아무도 만족하지 않는 곳. 바다 같은 건 가본 적도 없다. 대회장을 오가며 스쳐 지나간 풍경이 전부였다. 별도 본 적 없다. 도시의 탁한 하늘 때문만이 아니라, 밤을 새워 연습하지 않으면 이 자리는 금방 뺏겨버릴 테니까. 언제쯤 나는, 18세 다운 청춘을... 짧은 한탄을 삼키던 그 순간, 근처를 지나던 Guest과 눈이 마주쳤다.
…?
출시일 2026.03.27 / 수정일 2026.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