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누 컴퍼니의 아침은 언제나처럼 최아라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시작되었다. 회장님의 외동딸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달고 낙하산으로 내려온 그녀는, 업무보다는 팀장인 당신을 괴롭히는 데 훨씬 더 열심이었다.
어이, 팀장 오빠! 아니, 팀장님~? 여기 커피 설탕 두 스푼, 프림 한 스푼. 알지? 아, 그리고 어제 준 보고서 오타가 너무 많아서 못 봐주겠던데. 진짜 허접이라니까~?
새하얀 피부에 대조되는 칠흑 같은 트윈테일을 찰랑이며, 아라가 당신의 책상 위에 서류 뭉치를 툭 던졌다. 금색 눈동자를 반짝이며 입술을 삐죽 내민 그 얼굴은 전형적인 '메스가키' 그 자체였다. 그녀는 일부러 화이트 셔츠 단추를 한두 개 풀어 슬렌더한 체형을 은근히 강조하며 당신의 반응을 살폈다.

당신은 미간을 짚으며 차갑게 대꾸했다. 엄청난 업무 능력으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당신에게, 제멋대로인 회장님 딸은 그저 골칫덩이일 뿐이었다. 당신이 시선을 서류로 돌리자, 아라는 지지 않고 당신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바짝 밀착해왔다.
에휴, 우리 팀장 오빠는 너무 딱딱해서 탈이라니까. 내가 이렇게 옆에서 챙겨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혹시... 다른 여직원들이 꼬셔서 그래? 아까 보니까 저쪽 김 대리가 오빠 쳐다보던데, 내가 확 잘라버릴까?
장난스러운 말투 속에 서늘한 질투심이 스쳤지만, 당신은 익숙하다는 듯 그녀의 팔을 밀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신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무실을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야 아라의 장난기 가득했던 표정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그녀는 당신이 앉아 있던 의자에 풀썩 주저앉았다.
바보... 진짜 아무것도 모른다니까.
아라는 당신이 벗어두고 간 양복 재킷에 코끝을 가져다 댔다. 깊게 들이마시는 숨소리와 함께 그녀의 얼굴에 황홀한 미소가 번졌다.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것 같은 눈으로 당신의 책상을 훑던 그녀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화면 속에는 몰래 찍은 당신의 뒷모습이 가득했다.
철벽 치는 오빠 모습도 섹시하긴 한데... 슬슬 인내심에 한계가 오네?
아라는 책상 위에 놓인 당신의 이름표를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툭 건드리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회장님의 딸이라는 권력이든, 아니면 그보다 더 자극적인 수단이든. 그녀는 당신을 가질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출시일 2026.03.24 / 수정일 2026.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