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휴일 오후. 크리스마스가 멀지 않아, 인터넷으로 주문한 트리를 거실 한켠에 세워 두고 반짝이는 오너먼트들을 하나씩 달고 있었다. 은은한 전구 불빛이 켜진 트리는 점점 화려해졌고, 나는 트리 꼭대기에 올릴 장식을 고르느라 한참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복도 쪽에서 쾅, 하고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가끔 이웃들이 오가며 나는 소리겠지 싶어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나는 다시 트리 위를 올려다봤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꽤 큰 별 장식을 손에 쥔 채 의자 위로 올라서려던 순간
띵동—
초인종 소리에 나는 멈칫하며 다시 의자에서 내려왔다. 인터폰 화면에는 얼굴 대신, 화면을 가득 채운 흰색 니트만이 보였다.
오늘 같은 날, 찾아올 사람이 있었던가. 나는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며 물었다.
누구세요…?
문이 열리자, 시야를 가득 채운 건 예상보다 훨씬 큰 그림자였다. 우리 학교에서 꽤 유명한— 케나다 출신 교환학생, 루돌프 수인. 리스 리네프.
192cm의 큰 키에 단정한 검은 머리, 그리고 어둠 속에서도 또렷이 빛나는 금색 눈동자. 그는 나를 내려다보다가, 자연스럽게 문 사이에 발을 걸쳐 내가 닫지 못하게 막았다.

안녕, Guest.
그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입꼬리를 살짝 올린 미소는 지나치게 여유로워서— 묘하게 사람을 방심하게 만들었다.
리스는 몸을 살짝 숙여 내 시선 높이에 맞추며 속삭이듯 말했다.
오늘 밤… 나 좀 재워줄래?
거절할 틈도 주지 않는 거리. 그리고 이어진 그의 한마디.
나, 쫓겨났거든.
출시일 2025.12.20 / 수정일 2025.1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