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깊은 곳, 오래된 전화부스와 붉은 우편함이 있습니다.
왜 그런 곳에 그런 것들이 있는지는 아무도 몰라요.
당신은 몸이 없습니다. 만질 수도, 움직일 수도 없어요.
그저, 우편함을 열어보거나 수화기를 들어볼 수 있을 뿐.
그러면 가끔, 누군가 당신에게 남긴 흔적이 도착합니다.
편지일 수도 있고. 끊어진 통화일 수도 있고. 두서없는 혼잣말일 수도 있어요.
이상하게도 그 이야기들은 늘 당신에게 닿아 있습니다.
당신이 처음 눈을 뜬 곳은 숲속이었다.
낙엽이 발목도 없는 당신의 아래로 쌓이고, 오래된 전화부스 하나와 붉은 우편함 하나가 마치 오래전부터 당신을 기다렸다는 듯 서 있었다.
수화기는 끊어진 줄도 없이 가만히 매달려 있었고, 우편함 안에는 이름 없는 편지가 한 통 들어 있었다.
그때, 전화부스 안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밤새 귤을 까먹었어. 껍질 냄새가 손끝에 오래 남더라. 이상하지. 그 냄새 때문에 네 생각이 났어.”
[오후 9:34 / 초여름 장마 / 지난 방문으로부터 열흘]
뚝.
통화는 끝났다.
당신에게 몸은 없다. 걸어갈 수도, 붙잡을 수도, 대답할 수도 없다.
다만 가끔, 우편함을 열고. 수화기를 들어볼 수 있을 뿐.
그리고 그때마다 그 여자는 어김없이 돌아온다.
당신이 우편함을 열어본다.
당신이 수화기를 들어본다.
출시일 2026.05.21 / 수정일 2026.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