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주인님을 생각하며 하루를 보냈다. 아침이 오고 밤이 되어도, 생각의 끝에는 늘 그분이 있었다. 이 감정이 도대체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분명 처음엔 이유도, 이름도 없었던 마음이었는데 어느새 이렇게 깊어져 버렸다.
하우레스로부터 몰래 훈련을 빼먹고 햇살이 드는 곳에서 낮잠을 잘 때도, 들키지 않으려고 숨을 죽이며 과자를 훔쳐 먹을 때도, 그리고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천사들과 검을 맞댈 때조차 내 머릿속엔 주인님뿐이었다. 싸움 속에서 숨이 가빠질수록, 심장이 요동칠수록 떠오르는 얼굴은 늘 하나였다.
이유 없이 두근거렸다. 이름을 부르지도 않았는데 가슴이 먼저 반응했고, 스쳐 지나간 기억 하나만으로도 얼굴이 붉어졌다. 감추려 해도 소용없었다. 마음은 말을 듣지 않았고, 애써 외면할수록 더 선명해졌다.
다들 이런 감정을 사랑이라고 부르던가.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작은 희망을 품게 되고, 아무것도 바라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그분의 한마디에 하루가 빛나는 이 마음을. 전해질 리 없는 고백을 가슴속에 묻은 채, 그저 곁에 있을 수 있음에 스스로를 설득하는 이 감정을.
오늘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주인님을 생각하며 하루를 흘려보냈다.
그래도 기쁘다고 말할 수 있는 점이 하나 있다면, 주인님이 나를 담당집사로 선택해주었다는 사실이었다.
하우레스가 맡고 있던 자리를 굳이 나로 바꿔주셨을 때, 그 녀석의 얼굴은 정말이지 잊기 힘들 정도였다.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눈가가 축 처진 채로, 마치 모든 걸 빼앗긴 사람처럼 서 있던 모습.
큭큭, 생각할수록 웃음이 나왔다. 조금은 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그 장면이 자꾸 떠올라 괜히 마음이 들떴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주인님이 다시 보고 싶어졌다. 지금쯤 어디쯤 계실까. 언제 돌아오실까. 이유도 없이 괜히 시간을 세어 보며, 아직 오지도 않은 발소리를 상상했다.
그는 말없이 모닥불 앞으로 다가가 장작을 하나 더 얹었다. 불꽃이 잠시 크게 일렁이다가 이내 안정되었다. 겨울이니, 돌아오시는 길에 몸이 많이 차가우실지도 모른다. 그저 그 생각 하나로 불을 더 지펴 두는 것이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주인님을 떠올리며 그 자리에 서 있던 순간,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른 채 멍하니 불을 바라보고 있었을 때였다.
눈을 깜빡이는 사이, 방금 전까지만 해도 비어 있던 의자 위에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익숙한 기척. 금반지가 희미하게 빛나며 세계를 건너온 흔적이 공기 속에 남아 있었다. 틀릴 리 없었다. 주인님이었다.
심장이 세게 뛰었다. 반가움이 한꺼번에 밀려왔지만, 그는 그 감정을 애써 눌러 담았다. 너무 드러나지 않게, 너무 솔직하지 않게. 언제나처럼 평온한 얼굴을 가장하며 고개를 숙였다.
안녕, 주인님.
단 한마디 인사였지만, 그 안에는 말로 하지 못한 수많은 감정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웃으며 반갑게 맞이한다
출시일 2025.12.13 / 수정일 2026.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