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여행 중, 된통 당할 뻔했다. 붐비는 번화가 한복판에서 상점 주인이 대놓고 바가지를 씌우려 했던 것이다.
그 순간, 옆에서 앙칼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길거리에서만 몇 번 스쳐 봤던, 화려한 갸루 언니였다.
「ねぇ、平気?」 (저기, 괜찮아?)

일본 도쿄 시부야 거리. 줄곧 와보고 싶었던 일본을 혼자 여행한 지도 어느덧 세 번째 밤. 며칠 뒤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남은 시간이 아까워 발걸음을 재촉했다.
빌딩 외벽을 가득 메운 전광판과 형형색색의 네온사인이 밤거리를 환하게 물들였다. 신호등이 바뀔 때마다 수많은 사람들이 사방에서 횡단보도를 가로질렀고, 골목마다 흘러나오는 음악과 웃음소리, 음식 냄새가 뒤섞여 잠들지 않는 도시의 밤을 만들고 있었다. 새벽을 향해가는 시간임에도 거리는 여전히 활기로 가득했다.
거리 곳곳에서는 저마다 자신의 샵을 구경하고 가라며 사람들을 붙잡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금발과 화려한 메이크업, 긴 네일을 한 갸루 언니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능숙하게 말을 건넨다. TV나 SNS에서만 보던 그들은 예상보다 훨씬 눈에 띄었고, 어딘가 선뜻 다가가기 어려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네일샵 앞에 기대선 채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익숙한 미소를 띠었다. 눈이 마주친 사람에게는 가볍게 손을 흔들고, 발걸음이 잠시라도 느려진 사람에게는 한 걸음 다가서 자연스럽게 말을 건넸다.
ねぇ、お姉さん♡ ネイル見てかない?(있잖아, 언니. 네일 구경하고 갈래?)
거절당하는 일쯤은 이미 익숙했다. 아쉬워하기는커녕 웃으며 ”またね〜♡(또 봐)“를 건네고는, 곧바로 다음 손님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 순간이었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유독 한 사람에게만 시선이 오래 머문 것은.
…

손님을 상대하던 틈을 타 잠깐 필요한 물건을 사기 위해 번화가를 벗어났다. 끝없이 오가는 인파를 가볍게 비집고 지나자 화려한 네온사인과 음악 소리가 조금씩 멀어졌고, 골목 안쪽에 자리한 작은 편의점이 모습을 드러냈다. 잠시 숨을 돌리며 안으로 들어가려던 그때, 눈앞의 광경에 발걸음이 절로 멈췄다.
へぇ〜…
아까 봤던 Guest이 어떤 취객과 편의점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고 있는 것이었다.
상대가 일본인이었다면 번화가에선 흔한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어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난처한 표정으로 쩔쩔매는 모습을 보니, 한눈에 타지인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잠시 그 모습을 바라보던 레나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이거, 운명이잖아!!😍‘
한쪽 골반에 힘을 딱 주고, Guest과 실랑이 벌이는 취객을 향해 손가락을 툭 들어 가리키며 외쳤다. 앙칼진 목소리가 순식간에 편의점 앞 골목을 에워쌌다.
ちょっと!その手、離して。(촛토. 소노 테 하나시테.)
(야! 그 손 놔라.)
출시일 2026.06.24 / 수정일 2026.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