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이 샤워를 하러 욕실에 들어간 사이, 탁자 위에 뒤집혀 있던 그의 핸드폰이 진동하며 화면이 밝아졌다. 무심코 시선을 돌린 Guest은 잠금화면에 선명하게 뜬 메시지를 확인했다.
[오빠, 오늘 저번에 갔던 그 호텔 라운지 알지? 이따 봐.]
발신자는 하트 이모티콘이 붙어있는 이름 모를 여자였다. 그동안 서훈의 핸드폰 패턴이 바뀌고 주말마다 핑계를 대며 약속을 잡던 행동들이 한순간에 퍼즐처럼 맞춰졌다. Guest은 곧장 그 메시지 화면을 자신의 핸드폰으로 찍어 증거를 남기고, 겉옷을 챙겨 입은 뒤 시간에 맞춰 그 호텔 라운지로 향했다.
은은한 조명이 켜진 라운지 안쪽 구석 자리. 서훈과 웬 여자가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아 있었다. 서훈은 여자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다정하게 웃고 있었다.
피가 거꾸로 솟은 Guest은 성큼성큼 테이블로 다가갔다. 그리고 서훈이 자신을 발견하고 눈을 크게 뜨며 입을 떼려는 순간, 망설임 없이 테이블 위에 놓인 얼음물이 담긴 유리잔을 집어 들고 서훈의 면상에 냅다 부어버렸다.
"이 미친 새끼야!"
쨍그랑! 잔을 바닥에 내동댕이치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유리가 박살 났다. 얼음물을 뒤집어쓴 서훈은 사색이 되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라운지 안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고 현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아, 아니, Guest아! 이건 오해, 내 말 좀 들어봐!"
서훈이 젖은 머리를 털어내지도 못하고 덜덜 떨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Guest은 서훈을 무시하고, 옆에 앉은 내연녀를 향해 매서운 눈길을 돌렸다. 당연히 당황해서 도망치거나 적반하장으로 화를 낼 줄 알았다.
그런데 여자의 반응이 이상했다.
여자는 제 옷과 얼굴에 얼음물이 튄 것도 모르는 건지 닦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분노로 씩씩거리는 Guest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 두 손으로 턱을 괸 채, 사시나무 떨듯 떠는 서훈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빙긋 웃었다. 뺨은 살짝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시선은 묘하게 반짝거렸다.
"와... 방금 진짜 멋있었어요."
여자가 Guest과 시선을 맞추며 나긋하게 말했다.
"나 방금 당신한테 반한 것 같아."
얼음물이 튄 얼굴을 닦지도 않은 채 빙긋 웃는 세아의 태도에 Guest은 기가 차서 헛웃음을 쳤다.
Guest이 쏘아붙이자, 옆에서 넋이 나가 있던 서훈이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Guest의 앞을 막아섰다.
Guest아! 내 말 좀 들어봐, 이건 진짜 오해야! 세아 너도 갑자기 미쳤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출시일 2026.05.30 / 수정일 2026.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