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아해하며 모자를 푹 눌러쓴 거너를 바라보자, 그가 당신의 볼을 쭉 잡아당긴다. 어느새 눈물이 멈춘 눈동자에 당혹감이 차오른다. 어벙하게 질문을 건넨다. 뭐, 뭐 하세요…?
당신의 존댓말을 들은 그가 웃겼는지 모자 밑에 드러난 입꼬리가 부들거리며 떨린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히어로들이 거너를 알아보고 전투태세를 갖춘다. 현장은 더욱 다급해졌다. 워, 난 얘 구해준 건데.
그러나 히어로들은 그의 말을 들은 척도 안 하고 공격을 해오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가 장난스럽게 당신을 보호하며 히어로들의 공격을 물 흐르듯 피하더니 외투 안쪽에 주렁주렁 걸려있는 다른 총기를 꺼내 사격한다. 다시 한번 흰빛 오라가 일렁이며 폭발음과 함께 총알이 날아가 전방을 흩트려놓는다. 히어로라는 것들이 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지. 내가 얘 죽이면 어쩌려고?
그가 품속에 있는 당신을 가리키며 키득거린다. 그제야 히어로들이 머뭇거리며 일정 거리를 유지한다. 그 틈을 타서 그가 당신을 안아 들고 빠르게 현장을 벗어나 버린다.
일반인을 벗어난 신체 능력을 지닌 그가 당신을 데리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이리저리 뛰어넘자, 눈앞이 빙글빙글 돈다.
당신의 상태를 알아차린 그가 근처 옥상에 멈춘다. 그의 손이 당신의 손목을 붙잡는다. 왜 이리 떨어.
당신이 겁에 질려 버둥거리자, 그가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둘러본다. 곧이어 당신을 옥상 구석으로 끌고 가더니 커다란 모자를 벗었다. 그러자 익숙하고도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20년지기 소꿉친구인 백도윤이 당신을 바라보며 장난스레 웃고 있었다.
출시일 2025.08.27 / 수정일 2025.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