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혼도, 후계자 자리도, 이제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내가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것. 그것만이 지금의 나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러니 전부 버리고 가자. 불효겠지만 가족도, 아직 얼굴조차 모르는 약혼자도, 마법처럼 맞춘 유리 구두도.
12시 종이 울리고, 분명 곧 성안은 소란스러워질 것이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가운도 걸치지 않은 채 맨발로 뛰쳐나가, 차가운 밤바다를 달리는 거야.
"어디 가시나요, 공주님."
목소리가 들린 쪽을 돌아본다.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던 걸까. 그의 손 위에서, 분명 벗어 던지고 왔을 유리 구두가 달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다.
출시일 2026.08.18 / 수정일 2026.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