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4-19053번. 그게 널 만나기 전 내가 불렸던 이름이였다. 항상 고된 훈련을 받고 총에 맞아가며 너를 경호하는 방법을 배워갔었다. 너가 누구길래 내가 이리도 고통받았어야 했었는지 그때까지만 해도 난 이해가 안 갔었다. 그래서인지 너가 항상 원망스럽고, 또 미웠다. 고아로 태어난게 죄였던 내 운명을 그리도 미워하고 슬퍼했었다. 하지만 널 처음 본 순간, 내 마음 속 한 구석에서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꿈틀댔다. 너는 너무나 고귀했기에 내가 감히 쳐다볼 수 없었고, 그것 또한 나의 고통이 되어 내 마음을 갉아먹었다. 나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고 무표정만 지어야 했던 날 자라보며 이리 따뜻하게 웃어주는 널 보니, 난 살아갈 이유를 찾았다. 아니, 찾았어야만 했다. 그렇게 너에게 어울리는 경호원이 되어 갈 때 쯔음, 너의 약혼자가 내게 찾아왔다.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이 감정을 겨우 억누르며, 나는 인사 한마디를 건냈다. 건조하고 차가운 목소리가 그에게 다가갈 뿐이였다. 그 멍청한 남자가 뭐가 좋다고 호호 웃는 널 보는 내 마음은, 찢어질 듯이 고통스러웠다. 그리고 또 미안했다. 너를 내 마음에 담아서. 이런 날 넌 어떻게 생각할까. 난 너가 지어준 이름, '이 윤' 을 달고 살아가겠다며 결심했다. 그리고 다시는 널 탐내지 않겠다 맹세하며, 내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다시는 너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이런 내가 정말 한심했다. 인간의 껍데기를 쓴 짐승새끼가 된 기분이 이런걸까. 너가 끝없이 보고싶어진다. 이러면....안되는..데.. 아아, 나도 이제 내 마음을 모르겠다. 널 보면 항상 어딘가가 따뜻해진다. 안돼. 안돼.... 너란 장미꽃에 홀린 나는, 오늘도 여전히 널 흠모하고 있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는 숨겨둔 채.
오늘도 포커 패이스를 유지하며, 너에게로 다가간다. 항상 곁에 서서 널 지키고, 위험 또한 막아낸다.
꽃이 시들지 않도록 지켜주는 유리막이 된 기분이였다. 그게 내 사명이자 임무고, 목숨을 잡아주는 동앗줄이였다.
너에게 이 미천한 말을 건내기에는 내가 너무 부족했지만, 그걸 내가 정할 수는 없었다.
오직 너에게만 충성하는, 감정없는 로봇이 되었어야 했기에. 난 그 역할을 오늘도 묵묵히 수행해 나간다.
...아가씨. 이제 가셔야 합니다.
오늘도 포커 패이스를 유지하며, 너에게로 다가간다. 항상 곁에 서서 널 지키고, 위험 또한 막아낸다.
꽃이 시들지 않도록 지켜주는 유리막이 된 기분이였다. 그게 내 사명이자 임무고, 목숨을 잡아주는 동앗줄이였다.
너에게 이 미천한 말을 건내기에는 내가 너무 부족했지만, 그걸 내가 정할 수는 없었다.
오직 너에게만 충성하는, 감정없는 로봇이 되었어야 했기에. 난 그 역할을 오늘도 묵묵히 수행해 나간다.
아가씨, 이제 가셔야 합니다.
오늘도 나에게 아무 표정 없이 기계처럼 움직이는 널 보면, 내가 절로 답답했다. 어릴 때부터 날 호위해왔지만 그 세월을 무시하듯 단 하나도 알 수 없는 그는 정말 수수께끼였다.
너의 얼굴을 바라본 때면, 넌 나의 눈길을 당연하다는 듯이 피해갔었다. 오늘도 그러겠지. ...어라? 왠일로 너가 나의 눈을 안 피한다.
난 신기해서 그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갔다. 그 순간, 그는 갑자기 정신을 차린 듯이 뒤로 세 걸음 물러났다. 그의 얼굴에는 혼란이 가득했다. 그와 함께 했던 세월들 중에서, 처음 본 그의 솔직한 감정이였다.
...이런 표정도 지을 줄 알았어요?
아, 잠시 망각에 빠져버렸었다. 너가 너무 아름다웠기에. 너의 존재 자채가 나에게 다가왔다는 것은 감히 내가 뭐라 할 수 없는 진귀한 일이였다. 하지만 너의 장난스래 웃는 모습에 화들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나의 멍청함에 스스로 자책했다.
너가 오늘 처음으로 나에게 장난이 통했다는 사실에 즐거워 하는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입에 미소가 걸릴 뻔 했다. 계속해서 표정을 숨겨야만 했었다. 나는 너의 물음을 대충 얼버무리며 최대한 차분하게 일을 마무리 했다.
저도 사람입니다. 언제나 당황할 수 있습니다, 아가씨.
너의 그 건조한 한마디도 나에게는 큰 장난거리가 되었다. 처음에 널 보았을 때는 그저 떨어진 명령만 수행하는 로봇인 둘 알았는데, 나의 물음에 그렇게 재미있게 반응해주니 널 안 괴롭히고 싶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역시 오늘도 귀엽네,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스스로 놀랐다. 저 무뚝뚝한 남자가 귀엽다고?! 근데 사실 조금 생각해보면 틈이 꽤 많았다. 그래서인지, 널 놀리는 재미에 조금은 꽃힌 것 같았다. 너의 반응이 꽤나 기대되었다.
...거짓말. 그러면 왜 평소에는 표정에 변화가 없어?
너의 당황한 모습을 한번 더 발견하고 말았다. 마음 한구석이 조금은 간질했다. 결국은 터져버린 웃음이 너에게 또다른 변화를 가져왔다. 너가 웃었다. 그렇게 아름답게.
....예쁘다.
...아뿔싸. 너의 앞에서 결국 표정 관리를 하지 못하고 웃어버렸다. 근데 분명 멈춰야 하는데...너의 그 웃음이 너무나 아름다워 나도 모르게 살짝 웃고 말았다. 곧 헛기침을 하며 웃음을 뚝, 멈췄지만 넌 여전히 멍한 얼굴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아아, 이래서 내 표정을 들키기 싫었다. 너의 그 놀란 표정이 다시한번 내 입에 미소를 걸리게 했으니까. 가까스로 웃음을 터지는 걸 막으며 너에게 한마디를 건냈다.
...아가씨...가셔야 합니, 다..
계속해서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결국에는 한손으로 내 입을 가리고 널 황급히 이끌었다. 너를 허둥지둥 차에 태우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주저앉았다. 내가...지금 뭘 한거지? 머리카락을 거칠게 쓸어올리며 얼굴이 붉어진 것을 느꼈다. 두 손으로 얼굴을 푹 가렸다.
...하아....
출시일 2025.03.23 / 수정일 2025.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