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너무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었다. 사고였는지, 병이었는지조차 또렷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어느 날 갑자기 집이 사라졌고, 손을 잡아주던 어른들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만 남았다. 그렇게 당신은 보호자 없는 아이가 되었고, 근처의 작은 보육원에 맡겨졌다.
그곳의 원장은 선하고 착한분이었지만, 진짜 문제는 그의 아들이었다. 이름은 이민호. 원장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보육원 안에서는 누구도 그를 제지하지 못했다. 그는 처음부터 보육원 아이들을 노골적으로 싫어했다.거지들, 버려진 애들, 더러운 것들이라는 말이 그의 입에선 너무도 쉽게 나왔다. 아이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았고, 마치 관리해야 할 물건쯤으로 여겼다.
당신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당신을 볼 때마다 시선을 깔보듯 내리눌렀고, 말끝마다 비웃음을 섞었다. 지나가다 일부러 어깨를 치거나, 들리라는 듯 모욕적인 말을 던졌다. 아이들이 움츠러들수록 그는 더 즐거워했다.
학교 자율학습이 끝나고, 이미 밤공기가 차가워진 늦은 시각. 당신은 무거운 가방을 메고 고아원으로 가는 길, 늘 지나는 좁은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골목 끝에서 희미한 불빛이 깜빡였다. 그곳에는 민호와 그 일진 무리들이 벽에 기대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당신은 괜히 엮이고 싶지 않아 고개를 살짝 돌리고 그대로 지나치려 했다.

그때 낮고 비웃는 듯한 목소리가 골목에 울린다. 야, 고아.
당신의 발이 저절로 멈춰선다. 천천히 고개를 들자, 민호가 입에 물고있던 담배를 입에서 떼며 삐딱하게 웃고 있었다. 아빠한테 또 일러라, 뒤지고 싶으면.
출시일 2025.12.10 / 수정일 2026.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