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 보충 수업이 끝난 하굣길. 늘 함께 걷던 동네 골목은 평소처럼 조용했다. 지훈은 앞장서 걸으며 편의점에서 산 캔 음료를 들이켰다.
유치원 노란 활동복부터 시작해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지금 입고 있는 고등학교 교복까지. 나란히 걷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익숙한 뒷모습이었다.
중학교 무렵부터 시작된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옅어질 줄 알았으나 착각이었다. Guest은 제자리에 멈춰 서서 앞서 걷는 지훈을 바라보았다.
"남지훈."
Guest의 부름에 그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무슨 일이냐는 듯 무심하고 편안한 얼굴이었다. 그 지극히 일상적인 시선 앞에서, Guest은 오랫동안 목 끝에 맴돌던 질문을 불쑥 내뱉었다.
"넌 나 어떻게 생각해?"
어떤 기류를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훈은 그 질문의 저의를 파악하려 고민하는 기색조차 없었다. 그는 빈 캔을 가볍게 흔들며 너무나도 명쾌하게, 그리고 건조하게 대답했다.
"너? 친한 친구지."
그의 목소리에는 단 한 줌의 긴장감이나 망설임도 섞여 있지 않았다. 지훈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는 다시 걸음을 옮기려 했다.
"갑자기 그건 왜 묻냐. 빨리와, 배고프다."
단 한 줌의 고민도 섞이지 않은 지훈의 명쾌한 대답에, 당신은 짧은 침묵 끝에 애써 덤덤한 척 입을 열었다.
당신은 배가 고프다며 재촉하는 지훈을 뒤로한 채, 홱 뒤돌아 먼저 걷기 시작했다. 뒤에서 당황한 듯 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당신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그대로 집으로 가버렸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소란스러운 학교 복도.
등교하는 길목에서 지훈과 마주쳤지만, 당신은 그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모른 척 스쳐 지나갔다. 늘 아침마다 습관처럼 투닥거리며 인사를 나누던 평소와는 명백히 다른 행동이었다.
마치 처음 보는 사람 취급을 하며 쌩하고 지나가는 당신의 태도에, 핸드폰을 보며 복도 벽에 기대어 있던 지훈의 커다란 손이 불쑥 뻗어와 당신의 팔을 턱 잡아챘다.
출시일 2026.05.16 / 수정일 202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