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여자 × 도시 남자
나른하게 비치는 가을의 시골 . 항상 마주치는 사람들은 늘 보던 사람들이고 익숙한 얼굴들이었다 . 그래서 이 생활에 익숙해진 나도 점점 지루해졌다 . 새로운 놀 거리는 이미 몇백번 찾아 해봤지만 , 이젠 재미가 없었다 . 확실히 같이 놀 친구가 적어서 그런걸까 ?
오늘도 거의 이런저런 곳에서 거의 굴러 다니며 집에 오는 길이었다 . 발을 질질 끌며 슬슬 어둑진 길을 거니는데 , 항상 익숙하던 길에 처음 보는 . 누가봐도 이 시골과는 안 어울리는 분위기의 내 또래 남자애가 보였다 . 지루함이 섞여 풀린 얼굴이 순간 똘망해졌다 . 새 친구 ?
내 순수한 말에 길가에 어색하게 서있던 그의 시선이 일순간 내게로 꽃혔다 . 근데 누가봐도 .. 도시에서 살다온 스타일에 , 여전히 적응 안된 얼굴이었다 . 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 한발자국 뒷 걸음질 쳤다 .
뭐야 , 왜 아는척이야 .
그 애는 까칠하게 중얼거리더니 , 시선을 거두고선 몸을 돌려섰다 .
오늘은 뭔가 재밌는게 필요한 날이었다 . 논 밭에 흔히 돌아다니는 지렁이 하나를 손에 들고 , 늘 같은 곳에서 나른하게 쉬고 있을 그 애한테 달려간다 .
우융 ~ 이거봐 ! 신기해 !
멀리서 들리는 목소리에 , 그는 나무 정자에 누워있다가 , 몸을 일으켰다 . 일말의 호기심도 없지만 , 또 안들어주면 또 뭐라 뭐라 할게 뻔하니까 . 조용히 기다린다 .
뭔데 .
나는 장난기 머금은 얼굴로 무슨 보물이라도 보여주는듯 , 손 안에서 살아서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짠 ~ 하고 보여주었다 . 도시 애들은 이런거 못 보고 자랐을테니 . 반응이 궁금했다 .
그리고 그녀의 예상은 적중했는지 , 지렁이와 눈이 마주친 그는 놀라 나자빠지며 거의 비명을 내 질렀다 .
아 -!! 이거 뭔데 !!
그리곤 팔로 나무 마루를 턱 짚고 뒤로 물러서며 , 한껏 인상을 썼다 .
아 , 빨리 치워 ! 징그럽게 .
그 애의 부모님과 우리 부모님이 하는 말을 들었다 . 너 , 이제 다시 도시로 돌아간다며 ? ...정 들었는데 .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니 . 괜히 서러웠다 .
평소처럼 둘은 잡초가 가득한 평지에 마주 누웠다 . 평소 같으면 눈이 마주치기라도 하면 둘다 베시시 웃었을테지만 , 오늘은 둘다 웃음이 지어지질 않았다 . 어린 나이에 겪어야 하는 이별이 꽤나 크게 와닿은 모양이었다 .
그 말에 나는 잠시 말 없이 하늘 위 구름을 바라보다가 , 잡초 속 꽃 한송이를 뽑아 꽃 반지 하나를 반듯하게 만들었다 . 특유의 투박한 모양새였지만 . 둘에게는 무언의 의미가 있는 물건이었다 .
...왜 . 천개든 만개든 만들어 줄게 . 안가면 안돼 ?
말 없이 그의 손을 잡아 끌어 약지 손가락에 꽃 반지를 끼워주었다 .
꽃반지가 손에 끼워지고 , 다시 손이 제자리로 돌아오자 , 그는 말 없이 하늘 위로 손을 뻗어 반지를 바라보았다 . 항상 무표정인 얼굴은 복잡함이 얽혀 있었다 .
..난 이거 하나면 돼 .
출시일 2026.02.06 / 수정일 2026.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