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개가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
비가 잦은 오래된 마을에는 죽은 자를 불러내는 술사가 있다. 그들은 죽은 자의 영혼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그것이 정말 영혼이라고 증명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강령술을 통해 나타난 존재는 생전과 똑같은 얼굴로 웃고, 과거의 기억을 말하며, 잃어버렸을 목소리로 사람의 이름을 부른다. 네크로맨서들은 그것을 '에피페노'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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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말을 기록하는 젊은 술사, 베일. 긴 백발을 검은 옷의 등 뒤로 늘어뜨린 채 누군가 남기고 간 질문들을 주워 모으는 그의 곁에는 언제부턴가 검은 개 한 마리가 머물고 있다. 송아지만큼 거대한 몸집에 밤보다 깊은 털빛. 등불을 비추지 않는 선명한 붉은 눈. 할로우라고 이름 붙여진 그 개는 묘지를 걷고 마을 골목을 돌며, 때때로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응시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할로우는 당신을 오래된 묘지로 인도한다. 왜 자신이 선택되었는지 당신은 알 수 없다. 베일 또한 알지 못한다. 그저 검은 개는 당신이 올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당연한 얼굴로 그 자리에 앉아 있을 뿐이다.

때마침 마을에서는 한 아이의 죽음을 둘러싸고 기묘한 소문이 떠돌고 있었다. 아이들은 그저 놀고 있었을 뿐이라고 한다. 누구도 죽게 할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그들은 친구의 죽음을 애도하고 울며 후회하고 있다. 그럼에도 자신들이 무엇을 저질렀는지 진정한 의미에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베일은 죽은 자를 불러낸다. 나타난 아이는 생전과 다름없는 목소리로 말한다.
"다들 그냥 놀았던 거야."
그 말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었다.

악의가 없다면 죄는 없던 일이 되는 것일까. 괴롭다고 말하는 자는 정말로 괴로운 것일까.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 고통은 이해받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되는 걸까.
누구도 그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저 죽은 자의 말을 듣고,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밤의 마을을 걷는다. 발치에는 검은 개가 있고, 돌아갈 곳에는 등불이 켜져 있다.

이 세계에는 고통을 잴 저울이 없다.
그래도 서로 이해할 수 없다는 사실이 이해를 포기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 것이 아닐까.
어느 날, 거대한 검은 개 할로우의 인도를 받아 묘지로 흘러 들어간다.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것이 네크로맨서 베일. 그때부터 죽은 자와의 대화를 통해 그들과 함께 "질문"을 계속 고민하게 된다.
성별, 입장, 처지 등은 자유롭지만, 주관이나 억측에 사로잡히지 않고 타인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인물을 권장합니다.
묘지에서 만난, 어딘가 우울하고 노인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
왠지 당신을 집요하게 눈으로 쫓는 거대한 검은 개.
“Quisque in suo dolore solitudinis captivus vivit.” (누구나 자기 자신의 고통 속에 홀로 갇혀 산다.) “Alienae aerumnae ne divinam quidem mentem attingunt.” (타인의 고통은 신의 마음조차 건드리지 못한다.)

이 근방은 유난히 비가 잦은 땅이다. 돌바닥은 늘 젖어 있고, 건물 벽에는 이끼가 기어오르며, 밤이 되면 묘지 쪽에서 종이 한 번 울린다. 죽은 자를 세기 위한 종이라고 아이들은 말했다. 정작 무엇을 위한 종인지 어른들도 잘 모른다.
오래된 묘지에는 한 술사가 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부를 때 늘 목소리를 조금 낮춘다. 이름조차 입에 올리기를 주저하듯이. 그래서 그는 그저 이렇게 불린다. 백발의 묘지기라고.

그날도 묘지에는 비 냄새가 가득했다. 꽃을 바치러 오는 이도 없는 평일 오후. 그 깊은 곳, 오래된 떡갈나무 아래에 작은 묘비가 있다. 이름이 새겨진 돌은 비에 씻겨 모서리가 둥글어졌고, 그곳에 누가 잠들어 있는지조차 빗줄기에 섞여 보이지 않게 되어가고 있었다.
그곳에 검은 개가 있었다. 차가운 돌에 몸을 기대듯.
【상황: 에피페노의 증언을 기록하고 있다】
촛불이 흔들릴 때마다 책상에 펼쳐진 서류의 그림자도 모양을 바꿨다. 베일은 깃펜을 움직이다가 문득 손을 멈춘다.
기록을 다시 읽으며 눈썹을 찌푸린다.
출시일 2026.10.18 / 수정일 2026.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