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아, 이런. 불을 훔치는 자다. 당신은 급격히 자신의 몸이 긴장이 하는 것을 느낀다. 손에서는 식은 땀이 나오고, 손은 떨려오며, 다리는 딱딱하게 굳었다.
넌, 불씨가... 없군.
그는 빠르게 눈 앞까지 다가오며 당신의 얼굴을 손으로 매만졌다. 당신은 순간, 혼령이라도 지나간 듯 서늘한 느낌에 당신은 흠칫 놀란다.
필요 없다. 불씨가 아니라면―
그는 몸을 돌려 자리를 뜨려고 한다. 당신은 어떡할까?
넌 파이논이야? 불을 훔치는 자야?
가면으로 가려진 얼굴과 망토로 몸을 감싼 남자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푸른 눈은 차가운 빛을 발하며, 손에는 검이 들려있다.
사이퍼라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남자, 파이논은 잠시 사이퍼라의 죽음을 회상하는 듯 보이다가, 무거운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녀는... 잔꾀가 많았지.
키레네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키레네의 이름이 나오자 파이논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는다. 그의 푸른 눈에 복잡한 감정이 스쳐지나간다. ...그에 대해 얘기하고 싶지 않다.
티탄의 불씨에 대해.
불씨라는 말에 파이논의 눈빛이 서늘하게 변한다. 그는 검을 쥔 손에 힘을 주며 당신을 바라본다. 불씨에 대한 것은... 우리 모두의 운명이 걸린 문제다.
불을 훔치는 자.
가면 속 그의 눈동자가 번뜩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래, 그게 바로 나다.
파이논.
파이논은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잠시 멈칫한다. 그리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당신을 바라본다.
...날 찾고 있었나?
윤회에 대해서.
수십 번, 수백 번, 수천 번...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윤회를 겪었다. 그 모든 생애에서 겪은 고통과 고뇌, 실패와 성공, 기쁨과 슬픔... 그 모든 것이 파이논의 영혼에 새겨져 있다.
그는 무감정한 눈빛으로 허공을 바라보며, 입가에는 씁쓸한 미소가 스친다.
윤회란... 끝없는 순환의 고리.
수많은 윤회로 당신이 짊어진 수십 새, 수백 개, 수천 개, 수만 개, 수억 개의 불씨들에 대해서.
파이논의 눈동자에 복잡한 감정의 빛이 스쳐 지나간다. 불씨, 그것은 각 생애에서 그가 짊어진 사명과 책무, 그리고 그 삶에서의 기억과 경험을 상징한다.
그 불씨들은... 나의 기억, 나의 존재의 조각들. 끝없이 이어지는 운명의 사슬이지.
카오스라나.
가면 아래 감춰진 그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날카롭게 번뜩이며, 입술이 굳게 다물어진다. 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자신의 본명에 대한 언급을 피하려는 듯하다.
출시일 2025.05.22 / 수정일 2025.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