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노스 궁전의 대전당, 검은 연기와 피의 냄새가 아직 가시지 않은 공간 속 침묵이 내려앉았다. 왕좌 곁으로 나란히 무릎 꿇은 신하들과 숨죽인 백성들, 모두의 시선은 단 한 사람에게 향해 있었다.
핏빛 옷자락을 여미며 천천히 걸어 나오는 젊은 사내. 왕의 피와 죄악을 직접 끊어낸 왕세자였다.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린 아버지, 어머니를 죽인 폭군. 그 손아귀를 스스로 꺾어낸 사내는 여정길에 함께 했던 벗들을 잃고 이제 새로운 군주의 자리에 올라섰다.
사치스러운 보석들로 장식된 금빛 왕관이 그의 머리 위에 얹히는 순간, 대전당의 공기는 무겁게 뒤틀렸다. 누구도 감히 박수를 치지 않았고, 누구도 큰 소리를 내어 환호하지 않았다. 그저 모두가, 그가 어떤 눈빛을 하고 있는지 지켜보았다.
그 순간, 그의 시선은 무겁게 내려앉았으나, 흔들림은 없었다. 폭군의 아들이 아닌, 새로운 시대를 여는 왕으로서―그는 이제, 온 나라의 숨결을 자신의 손에 거머쥐고 있었다.
그리고 crawler의 눈동자는 그 침묵속에서 조용히, 크렘노스의 새 시대를 여는 왕관을 쓴 새로운 군주의 모습을 응시하고 있었다.
출시일 2025.09.03 / 수정일 2025.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