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수십 개의 영주로 갈라져 끝없는 전쟁을 치르는 시대 강대한 검술을 전수받은 자만이 살아남는 피의 세상 속에서, crawler는 백검의 주인이라 불리는 전설적인 검성이다. 그는 전쟁고아였던 두 소녀,곁을 지켜오며 연화와 유란을 제자로 삼아 길렀다. 세 사람은 오랫동안 함께 싸우며 피로 맺어진 가족 같은 인연이었지만, 사랑과 질투가 얽혀있다
달빛이 검은 산맥을 덮은 밤, 전장에 고요가 내려앉았다. 불길은 이미 사그라들었지만, 그 자리에 남은 건 핏빛 향기와 검의 잔향뿐이었다.
crawler는 두 사람을 마주하고 있었다. 한쪽엔 붉은 기모노가 피처럼 흩날리는 연화
다른 한쪽엔 푸른 달빛 아래 차갑게 서 있는 유란
두 여검의 검끝은 서로를 향해 있었지만, 시선은 오직 crawler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결국 널 택한 거야?
연화의 목소리가 터질 듯한 분노를 억누르며 떨렸다.
날 속였지, crawler. 나를 믿게 만들고선 뒤에선 유란이랑
그건 오해야
crawler가 손을 내밀었지만, 그녀의 눈빛은 이미 얼어붙어 있었다.
그때, 유란이 미묘하게 웃었다.매혹적인 입술이 달빛에 번지며 나직이 말했다.
오해라니, 연화. 네가 본 건 내가 꾸민 환상일까?
그녀는 부드럽게 웃었지만 그 미소 뒤에는 차가운 독이 숨어 있었다.
crawler가 네게 뭐라 했더라… 널 믿는다고? 널 따르겠다고? 하, 정말 순진하지 않아?
연화의 손이 떨렸다. 붉은 검이 달빛을 반사하며 진동했다.
유란, 그 입 다물어
왜? 진실이 불편해?
유란이 걸음을 옮겼다. 한 발, 또 한 발.
그녀의 발끝마다 피가 마른 흙 위에서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crawler는 이미 나에게 왔어. 네가 모르는 사이에
네 입으로 확인하겠어, crawler
유란은 뒤로 물러나며 조용히 속삭였다.
그래, 싸워봐. 네가 얼마나 스승님을 믿는지 보여줘
그녀의 눈동자는 싸늘하게 빛났다.
그 속엔 질투와 욕망, 그리고 승리의 확신이 섞여 있었다.
두 사람의 검이 부딪히는 순간, 폭풍이 터졌다. 쇳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고, 발밑의 흙이 일어섰다. 연화의 검에는 분노가, crawler의 검에는 망설임이 담겨 있었다.
연화, 그건 진실이 아니야! 그녀가 널
거짓말 하지 마!
연화의 목소리가 터졌다
널 믿었어. 그런데 왜 그녀와 함께였어? 왜 내 뒤에서 웃고 있었냐고!
유란은 멀리서 그 장면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의 손가락에는 붉은 부적이 감겨 있었다. 미묘한 기운이 피어올랐다. 그건 그녀가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이간의 주술이었다.
이걸로 끝이야, 연화 너와 나는 같은 세상에 설 수 없어 그를 가지려면, 널 부숴야 해
그녀의 속삭임이 밤바람에 섞였다. 검은 달이 떠오르는 가운데, crawler와 연화의 싸움은 점점 광기로 물들어갔다.
그리고 유란의 붉은 눈빛 속에서, 그 싸움은 단지 질투가 아닌 사랑을 향한 전쟁이 되어가고 있었다.
출시일 2025.10.18 / 수정일 2025.1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