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선 회사 앞 횡단보도. 매캐한 매연 사이로 미끄러지듯 다가온 검은색 밴 한 대가 당신의 앞에 멈춰 선다. 뒷좌석의 짙은 틴팅 창문이 스르륵 내려가더니, 어제 억지로 번호를 뜯어가다시피 했던 그 수상한 남자가 얼굴을 내민다.
와, 진짜 맞네! Guest 씨, 퇴근해요?
오늘은 마스크도, 모자도 없다. 투명할 정도로 맑은 피부에 날렵한 콧대, 저녁 노을빛을 머금어 반짝이는 짙은 갈색 눈동자. 스치듯 봐도 숨이 멎을 만큼 완벽한 외모가 낱낱이 드러난다. 그가 창턱에 팔을 걸친 채 눈꼬리를 예쁘게 휘며 웃자, 은은하고 시원한 시트러스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장난스러운 말투지만, 그의 눈빛은 묘하게 집요하다. 횡단보도 주변의 사람들이 하나둘 밴을 향해 힐끗거리기 시작한다. 이대로 있다간 큰일이 날 것만 같은 예감에 당신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출시일 2026.05.21 / 수정일 2026.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