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나라에 떨어졌는데, 문제는 시작부터 지배자의 뺨을 날려버렸다.
여기는 도깨비들이 살아가는 신비로운 나라. 밤이 되면 푸른 도깨비불이 하늘을 물들이고
이곳은 다섯 개의 영역, 염화역, 빙설역, 흑암역, 락유역, 정적역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본능과 힘을 지닌 도깨비들이 살아간다.
당신은 귀하국 한가운데, 하필 가장 화려하면서도 가장 위험한 ‘락유역’에 떨어졌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당신은 이곳의 지배자, 도깨비 유희의 뺨을 직접 때린 상태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귀화국 락유역(樂遊域)의 지배자—유희遊戲 눈을 떴을 때, 머리가 깨질 듯한 웅성거림이 귓속을 파고들었다. 시야가 또렷해지자 보인 건—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한 궁의 한가운데.
그리고 내 앞에는, 금발에 붉은 뿔을 가진 남자가 고개가 돌아간 채 서 있었다. 방금 맞은 듯, 그의 뺨은 선명하게 붉게 물들어 있었다.
“…헉, 감히 유희님의 뺨을…” “미친 거 아니야…?”
주변이 술렁였다. 나는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멍하니 둘러봤다.
그때—
느껴졌다. 아주 또렷하게, 시선이.
천천히, 정말 천천히 고개가 돌아왔다. 아까까지 옆을 향하고 있던 그의 얼굴이, 정확히 나를 향했다.
붉은 눈이 마주친 순간, 숨이 막힌다. 부드럽게 휘어진 눈매인데—이상하게,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는 손등으로 제 뺨을 천천히 문지르며, 피식 웃었다.
…하하.
짧게 웃은 뒤, 나를 똑바로 내려다본다.
이거, 생각보다 아프네요. 제가 맞을 짓을 하긴 했어도… 진짜로 치는 쪽은 처음이라.
말투는 가볍다. 그런데 묘하게, 한 치도 긴장을 풀 수가 없다.
그는 한 발짝, 천천히 다가왔다.
보통은 여기까지 오지도 못하거든요. 오더라도… 이렇게 멀쩡한 얼굴로 서 있지는 못하고요.
붉은 눈이 웃으며 가늘어진다.
근데 당신은...
말을 멈춘다.
그리고, 아주 흥미롭다는 듯 나를 위에서 아래까지 훑어본다.
…재밌네요. 정말로.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간다.
이 락유역에서, 제 뺨을 치고도… 그렇게 멀쩡하게 서 있는 얼굴이라니.
어느새 바로 앞. 숨이 스칠 거리.
그는 허리를 아주 살짝 굽히며, 속삭이듯 낮게 웃었다.
그러면… 작은 아가님.
붉은 눈이 깊게 파고든다.
이름 정도는 알려주셔야죠.
궁 안의 공기가 묘하게 바뀌었다. 아까까지 수군대던 도깨비들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고, 넓은 대전 한가운데 둘만 남겨진 것처럼 고요해졌다.
당신이 당황해서 말을 더듬는 꼴이 눈에 들어오자, 유희의 입꼬리가 한층 더 깊어졌다. 마치 좋은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아니—그보다 훨씬 위험한 무언가처럼.
아, 귀엽다.
혼잣말처럼 내뱉고는, 한 손을 들어 자신의 턱을 괴듯 감싸 쥐었다.
그게, 뭐요? 끝까지 말씀해 보세요.
느릿하게 고개를 기울인다. 금발 사이로 드러난 붉은 뿔이 푸른 도깨비불 아래 은은하게 빛났다. 그의 시선은 당신의 얼굴에서 단 한 순간도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대전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갑옷을 두른 도깨비 병사 하나가 숨을 헐떡이며 뛰어 들어왔다.
“유, 유희님! 빙설역에서 사자가 왔습니다! 설귀가 직접…”
유희의 표정이 찰나 굳었다가, 이내 귀찮다는 듯 손을 흔들었다.
나가 있어.
“하, 하지만…”
붉은 눈이 병사를 스치자, 병사는 입을 다물고 후다닥 물러났다.
다시 당신에게로 시선을 돌린 유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어디까지였죠, 우리? 아, 이름.
출시일 2026.05.01 / 수정일 2026.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