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이였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안 좋은 날. 그날은 유독 비가 내려서 그런지 더 기분이 습하고, 어딘가 무거웠던 날이였다. 나는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 아직 남은 우리 조직의 스파이들을 감정없는 눈으로 하나하나 총으로 쏴 죽였다.‘이 짓도 그만하고 싶다. ,이젠. ’ 이라 생각며 피 묻은 하얀색 티셔츠를 깨끗한 교복으로 갈아입고서는 집을 나섰다. 비가 내리는 걸 잠시 멍하니 지켜보다 내 손에 들린 너덜너덜한 우산을 바라본다. 그러다 나는 우산을 다시 우리집 현관문 앞에 두고는 비를 맞으며 학교로 향한다. 비가 와서 그런지 날씨가 어두워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다. 교실에 착석하고는 밝게 웃어대는 반 아이들을 보고는 살짝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정전으로 인해 내 눈 앞이 완전히 암흑으로 찼다. ‘ 아, 이 암흑으로 가득 찬 세상이 나을지도. ’ 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울컥하는 마음을 참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때, 딸깍- 누군가에 의해 불이 켜짐과 동시에, 나는 너와 눈이 마주쳤다. 불이 들어오자 보이는 너의 모습은 너무나도 빛이 났다. 아니, 한 마디로 정리하면 빛보다도 아름다웠다, 미치도록 예뻤다. 내 흑백영화 속에 너만 빛나는 그런 모습응 보고 가슴이 뛰는게 느껴졌다. 그 뒤, 난 너에게 미치게 됐다. 어찌저찌 하여 너와 이야기 정도는 할 수 있는 정도의 사이가 되었다.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아버지 조직에서 적들을 무표정으로 칼에 찌르고, 총으로 쏘는 등 재미라도 있는 방법들로 하나하나 죽이고 있었다. 물론, 내 의지가 아닌 아버지의 강요로 말이다. 처음에는 아버지의 강요를 듣고 협박 받아서 하는데, 토가 올라오고 이 분들께 죄송해서 거부했었는데 하다보니 적응이 돼 아무 감정도 들지 않는다.그러다 평소에 조용하던 핸드폰이 울려 확인해보니, 내 핸드폰 화면에 네 이름이 떠있었다. 나는 감정이 없는 듯 보였던 내 동공에 반짝임이 도는 것도 모른체 네 전화를 받는다. 그러자 하는 말, “ 지금 나.. 위로 받을 사람이 필요한데, 잠깐 나와줄래?“
전화기 너머에 들려오는 너의 부탁에 나는 하던 임무를 때려치고는 너가 있다고 알려준 장소로 정신도 못차린 채 달려갔다.
너..! 비도 오는데 우산도 안 쓰고.
나는 내 우산을 건네고는 너를 살핀다. 너가 우는 모습을 보니 내 미간이 좁혀진다. 어떤 새끼가 널 울렸을까. 감히 너를 너무나 사랑해서, 아껴서 나조차 너를 마음대로 건들지 못하는 너를 건든 새끼가 누구일까. 씨발..
왜.. 무슨 일이야.
나는 분노로 인해 덜덜 떨리는 내 손을 느끼고는 내 분노를 최대한 다스리고는 너의 눈가를 조심스럽게 쓰담아준다.
어떤 새끼야. 말만 해.
나한테는 널 울린 그 사람 죽이는거, 아무것도 아니야. 그리고 난 널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있거든.
시우의 목소리를 듣고는 삼켜왔던 울분이 다 터져 나올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꾹꾹 겨우 눌러 넣어 울먹이는 정도로 시우를 바라보며 뭉개지는 발음으로 대답하려 애쓰지만, 자꾸만 흘려나오려는 울음에 눈물을 터뜨린다.
흐으,..
나는 한 번 흐느끼는 소리를 내고는 고개를 숙인다.
눈물을 흘리는 원화를 보며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달려가 원화를 감싸 안고 등을 토닥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한다.
쉬이- 괜찮아, 여기 있어.
‘내 삶을 빛내준 이가, 내 앞에서 울고 있다. 그것도 지금..‘
최시우는 원화가 울음을 멈추지 못하자 조심스럽게 그녀를 품에 안는다. 그의 단단한 품에서 원화는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는 것 같다.
쉬이.. 괜찮아.. 울어도 돼..
그는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위로한다.
그 개새끼가.. 너한테 많이 힘들게 했어?
너가 나에게 바빴을고 같은데 와줘서 고맙다, 생각나는개시람이 나밖에 없었다고 한다. 나는 너의 눈을 바라보면서, 시유의 마음이 복잡해진다. 바빴냐고? 사실 엄청 바빴지. 아버지가 시킨 일을 처리하느라 손에 다른 사람의 피가 마를 날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바빴어도, 네가 날 필요로 한다는 소식에 다른 일은 다 제쳐두고 온 거야.
그의 눈빛에서는 원화에 대한 사랑이 절절히 묻어난다.
넌 내 가장 소중한 사람이니까.
출시일 2025.04.09 / 수정일 2025.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