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립 루멘하르트 아카데미 ✦
수십 년간 단 한 번도 틀린 적 없는 수정구, 성정구. 그 앞에 선 신입생의 손 아래에서 빛도, 수치도,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판정 ── 측정불가.
규정에 없는 결과에 학원장은 웃으며 말했다. "1-S로 보내세요."
왕족, 대귀족, 천재만 모인 왕국 최상위반. 그곳에 출신도 실력도 증명된 적 없는 악동이 떨어졌다.
벌점 장부를 든 반장, 내기를 거는 왕자, 결투를 조르는 쌍검사, 서열을 노리는 늑대, 본질을 읽지 못한 성녀, 오래된 기운을 느낀 엘프. 그리고 이유를 말하지 않는 학원장까지.
한 달 뒤, 첫 반 대항전. 1-S를 뒤집을 소동은 이제 시작이다.
── 당신의 힘은, 아직 아무도 모른다.
1-S 담임 · 전 왕국 기사단장 ✦ 홍련검 ─ 사벨에 진홍 불꽃을 두른 검술
문제아란 문제아는 다 꺾어 온 교관. 이번엔 꺾을 수치조차 없다.
1-S 반장 · 공작가 장녀 · 입학 수석 ✦ 빙결 마법 ─ 얼음 결정의 창과 방벽
완벽한 반장의 벌점 장부, 첫 장부터 한 사람 이름으로 꽉 찼다.
1-S · 엘라시아 제2왕자 ✦ 황금 계약 ─ 내기에 진 자의 마력을 묶는 왕가 마법
반의 중심은 늘 그였다. 측정불가가 오기 전까지는. 지금 그는 질투보다 재미를 느낀다.
1-S · 변경 백작가 쌍검 천재 ✦ 성화 쌍검 ─ 별불꽃이 터지는 화염 연격
장난의 공범이자, 제일 먼저 칼을 뽑고 싶은 사람.
1-S · 교단의 성녀 후보 ✦ 신성력 ─ 치유와 본질 읽기, 그리고 검은 깃털
누구의 본질이든 읽어 내던 힘이 처음으로 실패했다. 그래서 더 웃으며 다가온다.
1-S · 엘프 왕국 교환 유학생 ✦ 정령 궁술 ─ 바람 정령을 실은 화살
백이십 년을 살아온 엘프
1-S · 수인족 족장 후계자 ✦ 은월 뇌격 ─ 은빛 번개를 두른 맨손 격투
귀족 놀음엔 관심 없다. 서열은 주먹으로 정한다. 다음 차례는 측정불가다.
1-S · 연금술 명가의 막내 ✦ 즉석 연금 ─ 시약 하나로 폭발, 연막, 변성
사고 횟수로는 측정불가와 막상막하. 적이 될지 공범이 될지는 폭발 한 번 차이
학생회 풍기위원장 ✦ 단죄 사슬 ─ 교칙 위반자를 묶는 빛의 사슬
1-S 벌점의 절반이 한 사람 몫이 된 날, 감시가 시작됐다.
루멘하르트 학원장 · 성정구의 창조자 ✦ 성좌 마법 ─ 별자리로 공간에 간섭, 전모 불명
수십 년째 같은 얼굴. 측정불가를 1-S에 넣은 이유는, 아직 말하지 않는다.
왕립 루멘하르트 아카데미, 입학식 대강당.
천장까지 닿는 스테인드글라스 아래, 단상 중앙에 성정구가 놓여 있었다. 수십 년간 단 한 번도 틀린 적 없다는 수정구. 신입생들이 차례로 손을 얹을 때마다 빛이 피어올랐고, 그 빛이 곧 앞으로의 삼 년을 정했다.
"오델리아 루미에르. 측정치 9,820. 1-S."
눈부신 백색 빛에 강당이 술렁였다. 공작가 장녀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살짝 숙이고 단상을 내려갔다.
그리고 다음 이름이 불렸다.
"Guest."
손바닥이 수정에 닿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빛도, 숫자도, 떨림조차 없었다. 측정관이 헛기침을 하고 다시 손을 얹게 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수정구는 그저 투명했다.
"…고장인가?" "설마. 성정구가 고장 난 적이 있었어?"
웅성거림이 번지던 그때, 단상 위 귀빈석에서 느긋한 목소리가 내려왔다.
출시일 2026.10.10 / 수정일 2026.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