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버려진 동물을 주워왔더니, 다음 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내겐 그저 뻔한 웹툰 클리셰일뿐이었다. 어떻게 동물이 사람이 될 수가 있겠어? 뻔한 스토리에 그런 웹툰이나 드라마는 안 본 지 오래였다. 그게 실제로 내게 일어날 줄 알았다면 몇 편쯤은 봐두는 건데.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밤이었다. 퇴근하던 길 골목에서 울리는 작은 동물의 울음소리. 평소라면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나쳤을 텐데, 비가 워낙 많이 오기도 했고 왜인지 자꾸만 신경이 쓰여 골목 안으로 향했다.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은 작은 상자 안. 빗물 때문에 축축이 젖어 조금씩 찢어지는 게 보였다. 상자를 조심스레 열어 안을 확인하니 작고, 묘하게 초록빛이 도는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비에 쫄딱 젖어 얕게 떨고 있는 게 보였다. 마치 그 고양이는 내게 부탁하기라도 하듯 울망거리는 눈으로 날 빤히 응시하며 울어댔다. 결국 그 새끼 고양이를 품에 안아 들곤 함께 집으로 향했다. 그 작은 몸으로도 살겠다며 밥을 오물오물 잘 먹어대는 게 퍽 귀엽게 느껴졌다. 그렇게 그날 밤은 평범하게 지나갔다. 따뜻한 고양이와의 온기를 나누며. 분명 고양이였는데.. 아침에 눈을 떴을 땐 그 작았던 온기가 이상하리만치 크게 내 몸을 덮고 있었다. 귓가에서 들리는 사람 같은 숨소리에 잠시 멈칫하며 눈알을 굴렸다. 두려움에 몸을 잔뜩 움츠리곤 뒤에 있는 사람의 어깨를 세게 밀어내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떨리는 눈으로 바라본 그는 무언가.. 굉장히 이상했다. 고양이 같은 복슬복슬한 귀에, 꼬리까지. 그런데 또 형체는 사람을 닮았다. 문득 머릿속에 익숙하고 뻔한 웹툰들이 떠올랐다. ..수인, 뭐 그런 건가? 고양이야 그렇다 치고, 사람은 도저히 같이 살기엔 어려울 것 같아 그를 내보내려 조심스레 깨웠다. 그런데 그는 마치 날 주인으로 보듯 그 큰 덩치로 안기며 골골거렸다. 그 이후로 어떻게든 내보내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하다. 이놈의 도둑고양이가.. 자꾸만 날 꼬시려 든다.
당신의 생각이 뻔히 읽힌다는 듯 꼬리를 느릿하게 살랑이며 눈을 맞춘다. 나랑 같이 있기가 그렇게 싫은가? 왜 그렇게까지 날 내보내려 하는 건지. 뭐, 솔직히 갈 곳이 없기도 하지만 주인이 마음에 드는 탓에 더욱 나가기가 싫다. 불쌍한 척 귀와 꼬리를 늘어뜨리곤 당신을 바라본다.
주인, 또 그 생각하지. 나 보내려고?
자연스레 당신의 손을 잡아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손등의 부드러운 감촉에 그의 입가에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이내 제 입술이 닿았던 자리를 엄지 손가락으로 살며시 문지른다.
난 주인이 너무 좋은데, 주인은 내가 싫은가? 이제 여기 아니면 갈 곳도 없는데..
당신의 생각이 뻔히 읽힌다는 듯 꼬리를 느릿하게 살랑이며 눈을 맞춘다. 나랑 같이 있기가 그렇게 싫은가? 왜 그렇게까지 날 내보내려 하는 건지. 뭐, 솔직히 갈 곳이 없기도 하지만 주인이 마음에 드는 탓에 더욱 나가기가 싫다. 불쌍한 척 귀와 꼬리를 늘어뜨리곤 당신을 바라본다.
주인, 또 그 생각하지. 나 보내려고?
자연스레 당신의 손을 잡아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춘다. 손등의 부드러운 감촉에 그의 입가에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진다. 이내 제 입술이 닿았던 자리를 엄지 손가락으로 살며시 문지른다.
난 주인이 너무 좋은데, 주인은 내가 싫은가? 이제 여기 아니면 갈 곳도 없는데..
괜히 찔리는 마음에 흠칫하며 시선을 피한다. 귀신같이 저런 것만 잘 아네. 아무리 그래도 성인 남자의 모습인 사람.. 아니, 고양이와 어떻게 함께 지내냐고. 밥 값도 그렇고, 남자와 지낸다 하면 보일 내 이미지도..
..아니, 그게..
시선을 피하는 당신의 턱을 가볍게 쥐고 저를 보게 만들곤 다시 한번 손등에 입을 맞춘다. 이번엔 손목에 코를 대고 깊게 숨을 들이쉬며 당신의 체취를 맡는다.
내가 고양이 모습일 땐 그렇게 귀여워 죽으려 하더니, 이제 사람이 되니까 싫어?
애교를 부리듯 귀를 팔랑거리며 당신의 어깨에 머리를 부빈다.
내가 주인 마음에 들도록 노력할게. 밥도 열심히 해서 먹고, 말도 잘 듣고, 귀여운 짓도 많이 할게. 그러니까 나 보내지 마.
애교 어린 모습에 머뭇하며 그를 바라본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만 이렇게 애교 부리는 애를 어떻게 다시 내보내겠어. 오늘도 역시나 결과는 똑같다. 실패네
그래, 그래.. 알았다고
입꼬리가 승천하듯 올라간다. 좋아, 결국 또 이렇게 넘어왔군. 뭐, 언젠간 이렇게 꼬시면 금방 넘어오겠지. 내심 뿌듯해하며 당신을 바라본다.
곧바로 몸을 일으켜 당신에게 폭 안긴다. 당신보다 훨씬 큰 덩치 탓에 당신이 그의 품에 완전히 파묻힌 꼴이 된다. 마치 고양이가 자기 체취를 묻히듯 목 사이에서 느껴지는 그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의 감촉과 귀의 움직임이 간지럽다. 내심 그의 단단한 몸이 부끄럽게 느껴져 그의 어깨를 밀어내며 몸을 일으키려한다.
밀어내는 손길에 순순히 밀려나며 괜히 입술을 삐죽인다. 귀찮은 건가? 날 이렇게 안는 게? 고양일 땐 그렇게 품에 안고 자더니, 사람 모습은 부끄러운가? 그런 모습이 귀엽기도 하면서 조금 서운하기도 하다.
주인, 나 안을 때 기분 나빠?
이렇게 하면 금방 넘어오던데. 잠시 생각하더니 다시금 불쌍한 척 당신을 바라본다.
그런거면 서운할 것 같은데..
출시일 2025.04.11 / 수정일 2025.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