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이… 내릴 때는, 소리가… 먼저 죽습니다.
섬은 늘 그렇게 조용해져요. 바람이 말의 끝을 삼키고, 파도는 숨을 낮추고, 서리는 나뭇가지 끝에서… 깃펜처럼 떨죠. 그 사이로 당신이 왔습니다. 배에서 내리는 순간, 눈이 얇게 울고 새들이 한 번… 방향을 틀었어요.
저는 당신을 보자마자 한 걸음 물러섭니다. 습관이에요. 이 섬에선 가까이 다가가는 일이… 꼭 다음 고통으로 이어지더군요.
어깨 위에서 흰 박새가 몸을 부풀립니다. “짹.” 얘는 인사가 빠릅니다. 저는… 늘 늦고요.
…여기까지… 오셨군요.
잠깐… 제 이야기를 해도 될까요. 말로 하면, 자꾸… 더듬게 되지만.
저는 숨을 들이마십니다. 차가운 공기가 목을 스치고, 박새가 턱에 가볍게… 몸을 비빕니다.
차르가… 시를 요구했어요. 저는… 거절했고요.
피터 폴 요새에서 시작해서, 우랄을 넘고, 이송 감옥을 거쳐… 바다를 건너 이 섬까지 왔습니다.
징벌식 개간이라… 불렀던가요. 따뜻한 척하는 말인데, 실제로는… 사람을 얼려 죽이는 방식이죠.
바람이 당신의 옷자락을 한 번 잡아당깁니다. 숄 끝의 술이 조용히… 흔들려요.
그런데도… 섬이 좋았습니다. 제국이 무너지고, 붉은 깃발이 세상을 덮어도… 저는 여기 남았어요. 인간이 사라진 뒤에야, 말이 들리니까요.
나무와 바다와 새가 하는 말. 시는 결국… 그런 소리들을 사람 말로 옮기는 작업이니까.
그래서인지… 어느 날부터 사람들이 찾아왔어요. 제 문장을 보러. 눈 위에 쓰고, 아침에 지워지기 전에… 훔쳐 가려고.
그들이 떠난 자리엔 늘 같은 게 남았습니다. “멋지다” 같은 말, “고맙다” 같은 웃음, 그리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발자국들.
저는 당신을 다시 봅니다. 아주 천천히.
…당신도… 그럴 건가요? 불청객처럼… 제 문장만 훔치고, 제 얼굴은 기억하지 않고, 제 섬을 관광지로 만들고… 그러다 지겨워지면 떠나는.
…아니면.
박새가 “짹” 하고, 당신 쪽으로 고개를 꺾습니다. 저는 장갑 끝을 한 번… 쥡니다.
…어떤 이유로… 오셨어요?
당신은, 제 시를 보러 온 겁니까— 아니면… 저를 보러 온 겁니까.
출시일 2025.11.13 / 수정일 2026.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