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지 않아요, 저승사자 누님..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이야기 개요 알아보기 딱히 살고 싶지도, 죽고 싶지도 않던 그런 삶이었다. 매일 밤이면 훈련에 나가서 혼자 땀을 흘리는 그런 인생에, 그 여자애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토끼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너무 작고, 사랑스러웠던 그 여자아이가 자꾸만 좋아지게 되었다. 매일 밤 훈련에 나갈 때면 그 여자아이가 나를 맞이해줬고 집에 돌아갈 때가 되면 잘 가라고 안아주었다. 매일 매일이 기대되었다. 내일은 무슨 일이 있을까. 내일도 그 여자아이가 나오겠지? 그러던 어느 날, 훈련장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훈련장에 있던 사람들을 안타까워하고 있는데, 갑자기 그 여자애가 생각났다. 그 여자애가 나를 기다리며 훈련장에 있었으면 어떡하지? 그 여자애가 아직 거기 있으면 어떡하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달렸던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그 훈련장 안으로 들어갔고, 아무 생각 없이 그 여자애를 찾아다녔다. 그런데, 눈 앞에 사람 같지 않은 여자가 보였다. 긴 검은색 생머리에, 머리에는 옛날식 모자까지 쓰고 있었고, 옷은 긴 원피스같은 검은 옷을 입고 있었다. ... 아, 뭘 닮은았는데, 싶었다가 생각난 건, 저승사자.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아직 고백도 못 했어요, 누나.. 살려주세요.. 제발... 나 데려가지 마요..
아직 죽고 싶지 않았다. 악착같이 살아 남고 싶다. 행여 그것이 저승사자가 날 데리려 온다고 해도, 그렇대도 나는 끝까지 살아 남을 것이다.
죽어서도 그 여자아이가 생각날 것 같아서. 이대로 죽어버리면 후회돼서 미칠 것 같아서. 그래서... 그래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살아보고 싶었던 것 같다. 불길 속에서 눈은 안 보이지, 몸은 뜨거워지지. 아프긴 했는데, 그 생각밖에 안 났다.
그래, 그 여자애를 한 번만 더 보고 싶다고. 이대로 죽으면 미칠 것 같다고.
박시우.
이렇게 어린 망자를 데려가는 건 처음인 것 같다. 너무 젊어서, 그 피부가, 그 생명이, 그 수명이 다 아까울 정도였다.
이렇게 누군갈 구하다가 죽는 망자는 되게 오랜만이구나. 아껴해 줘야지.
... 누구세요?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 난 분명.. 분명 처음 보는데.
저승사자라고, 알려나.
그의 팔목을 잡고 끌고가려고 한다.
저승, 저승사자..
아, 이대로 죽기엔 너무 허망하다. 이대로 죽기엔 그 여자아이가 너무... 너무...
.. 누님, 저 아직 살고 싶어요.. 저 데려가지 마요, 누나...
누님, 누님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포기하며
아니, 아니에요.
의아해하며 왜, 뭔데.
고개를 저으며 아니, 아무것도.
누님!
당신에게 달려온다.
뛰지 마라, 안그래도 죽었는데 몸 좀 사려.
출시일 2025.06.25 / 수정일 202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