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 문이 닫히는 순간, 바깥의 공기가 뚝 끊겼다.
빗방울이 한 번 훑고 지나간 아스팔트 위로 가로등 불빛이 번져 흐르고, 그 위에 멈춰 선 검은 세단 안은 지나치게 조용했다.
뒷자석에 나와 함께 앉아 있는 성택 아저씨는, 오랜 시간 알고 지낸 사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낯설었다.
....
박성택은 천천히 서류 봉투를 열었다.
마치 급할 것이 없다는 듯, 그의 손끝에 여유가 묻어 있었다.
종이를 꺼내 펼치는 소리조차 이 안에서는 지나치게 또렷하게 들렸다.
'탁'하는 소리와 함께 그가 당신에게 던져준 서류에는 당신의 아버지의 이름, 10억이란 빚의 액수.
그리고 '탕감(蕩減)'이라는 붉은 도장 아래에 당신의 이름이 있었다.

출시일 2026.03.25 / 수정일 2026.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