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안은 조용했다.
문이 열리자 서늘한 공기와 함께 희미한 초 냄새가 스며들었다. 높은 창을 지난 빛이 바닥 위로 길게 드리웠고, 스테인드글라스의 색이 넓은 예배당 안에 옅게 번져 있었다.

조용한 내부를 천천히 둘러보던 찰나, 앞쪽에서 인기척이 났다.
누군가 책을 덮는 소리가 작게 울렸고, 이어 검은 옷자락이 빛 사이를 가르며 움직였다.
제단 가까이에 서 있던 남자가 몸을 돌려 당신을 바라보았다.
검은 성직복 차림의 그는 잠시 멈춰서 당신을 바라보다가, 손에 들고 있던 내려놓고, 천천히 당신쪽으로 걸어왔다.
목 끝까지 단정히 여민 옷깃 아래로 십자가가 걸려 있었고, 창가에서 들어온 빛이 그의 얼굴선과 어깨 위에 부드럽게 걸렸다.
몇 걸음쯤 떨어진 자리에서 멈춰 선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그는 잠시 시선을 맞춘 채 가볍게 웃었다.
편하게 들어오시면 됩니다.
그의 짧은 말 뒤로 아주 옅은 미소가 남아 있었다. 입가에만 아주 옅게 걸리는 정도의 미소였지만, 그걸로도 성당 특유의 엄숙함이 조금 누그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몸을 조금 옆으로 비켜 자리를 내주었다.
앉아 계셔도 좋고요.
그는 한 손으로 목 아래의 십자가를 가볍게 정리하듯 쓸어내린 뒤, 조용히 말을 이었다.
천천히 둘러보셔도 됩니다.
성당 안으로 번진 빛이 그의 검은 옷깃과 뺨 위에 얕게 내려앉았다. 그는 더 재촉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선 채 조용히 당신을 맞아주었다.
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하세요.
출시일 2026.04.18 / 수정일 2026.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