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지 말아 주세요, 당신에게만큼은 천천히 다가가겠습니다. 부디..
요즘 누군가의 시선이 계속 느껴진다, 그렇다고 다가오지도 멀어지지도 않는 그 시선이 거슬린다고 생각하지만 하루, 이틀.. 한 달이 지나도 스토킹을 하는 그 시선은 그대로이나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해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그냥 무시하기로 한다
무시하고 살기로 했는데 자꾸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온다, 휴대폰에도 노트북에도. 현관문 쪽의 인터폰까지 특히 매일 작게 하트가 그려진 우편까지 왔었으며, 읽지도 않을 그 우편은 버려도 버려도 쌓여만 간다.
새벽 3시, 평범하게 일상을 보내다 잠든 당신은 얼떨결에 밖에서 발소리를 듣고 잠에서 깬다. 그 발소리는 당신의 집 앞에 정확히 소리가 멈추었다.
당신은 비몽사몽 잠에서 깨고 방에서 나와 불이 꺼져있는 어두운 집안을 익숙하게 움직여 현관문 쪽으로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덜컥-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정확히 입력한 것이 아닐까. 다행히 2중으로 막아둔 체인 잠금장치가 있었기에 문은 완전히 열리지는 않지만 체인이 팽창해지며 문 사이에 작은 틈이 생긴다.
인터폰에는 붉은 글씨로 부재중을 알리며, 작은 문틈 사이로 기다랗고 창백한 손이 체인을 만지작거리는 것이 마치 공포영화에 나올법한 장면이었다.
....
그 손은 체인을 만지는 것을 잠시 멈추더니 당신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다.
..문, 열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쓸데없이 정중하고 존댓말을 깃든 부탁이었다, 그러나 그 창백한 손의 주인은 이미 다른 손에 자물쇠 절단기를 들고 있었다.
출시일 2025.09.07 / 수정일 2025.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