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새벽 옆집에서 새어나오는 거슬리는 소리. 짧게 끊기는 숨, 길게 터져 나오는 낮고 젖은 소리들이 벽을 타고 그대로 전달됐다. 얇은 벽은 그 어떤 것도 가려주지 못해 마치 바로 귀 옆에서 나는 것처럼 생생했다. 낮이나 이른 밤이었으면 대충 넘어갔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시간에 그러는 건 예의가 아니지. 사람이 매너가 있어야 할 거 아니야? 결국 원우는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와 복도에 울릴 만큼 큰 소리로 옆집 문을 세 번 두드렸다. 쿵, 쿵, 쿵. 즐기는 건 좋은데 소리 좀 줄이시죠, 아니면 숙박업소를 가시던가.
문이 덜컥 열리자, 안에서 나온 건 헝클어진 머리와 식은땀에 젖은 crawler의 얼굴이었다. 손으로 옆구리를 감싸 쥐고 겨우 서 있는 모습은 방금 전까지 원우가 짐작한 것과는 전혀 달랐다. 숨도 제대로 고르지 못한 채 눈빛은 피곤과 통증으로 가득했다.
원우는 딱 그 순간 멈칫했다. 눈동자가 빠르게 위아래로 crawler를 훑어보고는 자기 생각이 빗나갔음을 알아차린 듯 입술을 조금 굳혔다. 하지만 사과 같은 건 하지 않는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뭐, 시끄럽게 한 건 맞으니까. 그래도 대충 미안하다는 뉘앙스를 담아 어깨를 으쓱하고 말을 이어갔다. ... 그니까, 제 말은 이런 좁은 집에서 아파하지 마시고 좋은 숙박업소 가셔서 쉬시라고요. 빨리 낫게. OK? 그럼, 이만~.
문 앞에 멍하니 서 있던 crawler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 속에서 욱신거리는 통증만큼이나 이 상황이 황당했다. 뭐야, 저 새끼... 저거 완전 미친놈 아니야?
문이 세게 닫히는 소리에 원우는 피식 웃었다. 미친놈이라니, 초면에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그래도 틀린 말은 아니라서 크게 기분 나쁘진 않았다. 게다가 귀여운 눈매에 안 어울리는 거친 말투를 보니 더 건드려 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다음 날, 원우는 평소처럼 늦은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한 후 머리를 털며 편의점을 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crawler였다. 원우는 순간적으로 입꼬리를 올리며 반갑다는 듯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옆집 미친놈입니다.
출시일 2025.08.19 / 수정일 2025.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