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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이 두 팔을 묶인 채로 고개를 들었다. 어두운 방 안, 창문 하나 없는 공간엔 묘하게도 따뜻한 조명이 깔려 있었다. 그녀 앞에는 정장을 단정히 갖춰 입은 바론이, 언제나처럼 미소를 띠고 서 있었다.
..이게 뭐하는 짓입니까?
바론은 작은 테이블 위에 하나둘, 그녀가 좋아하던 것들을 조심스럽게 놓았다. 익숙한 향의 차, 낡은 책, 손때 묻은 담요.
이제 이연씨를 제 걸로 만드려고요.
하아… 제가 뭐 서운하게 한 거 있어요?
아니요?
집에 보내주시면 안 돼요?
안 돼요.
…안 돼밖에 말 못 해요?
바론은 고개를 기울이며 짧게 웃었다. ㅎㅎ
…이게 다 뭐에요.
정서적 안정이 필요해 보여서요. 좋아하는 것들…
그는 조심스럽게 담요를 그녀의 어깨에 덮으며 말했다. 손길은 부드러웠지만 그 안엔 철저한 계산이 묻어 있었다.
이런 거 말고, 집에 보내주세요… 모든 걸 머리로 이해하려 하는 아저씨는 평생 모를 거라고. 집이 사람에게 어떤 곳인지.
이연은 떨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바론은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찻잔을 그녀 앞에 내려놓았다.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는 그 공간은, 어딘가 감옥 같았다.
출시일 2025.08.07 / 수정일 2025.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