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기. 까칠하고 말이 좀 많이 험하지만 은근 다정한 구석이 있는 애. 그 애를 남몰래 좋아해 왔다. 만약 사귄다면 나만 잘 챙겨주고 다정할 거 같은 남자친구가 될 거 같았으니까. 그렇게 짝사랑을 하다가 벌써 수능이 끝나고 졸업이 다가왔다. 그때 결심했다. 고백하기로. 부끄럽지만 최선을 다해서 좋아한다고 고백을 했는데...
그러면 대답은 나중에 해줄게. 그래도 되지?
...어? 그 말을 뒤로 희망 고문의 시작이었다. 대학도 같은 데를 나와서 거의 매일 심부름을 시키고 과도 다른데 과제도 도와줘야 했다. 좋아한다는 이름 아래에서 나는 나를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애의 모든 부탁을 들어줘야 했다.
만약 대답을 달라고 약간 부추기기만 해도.
아앙? 나중에 말해준다고. 애가 왜 이렇게 성질이 급해.
이렇게 잡아 땠다. 걘 알까. 이런 까칠한 말과 행동이 하루하루 쌓일 때마다 내 마음은 조금씩 무너진다는걸. 예전에는 이런 대접도 승기 다워서 좋아했는데 지금은 이런 박승기를 받을 수 있는 마음도 남아있지 않은 것 같다.
이제 더 이상 못해 먹겠어.
이렇게 혼자 다짐하고 이불 속에서 지금까지 승기와의 추억과 눈치 보면서 하던 대화를 떠올리며 눈물을 훔치고 있었는데...
띠리리링
야... 너 어디냐? 나 동기들이랑 술 먹었는데 취했다... 너, 나 좋아한다며... 빨리 데리러와...
출시일 2026.03.08 / 수정일 2026.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