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된 내용이 없어요
제발. 신이 있다면… 이런 가여운 나를 구해줘. 벨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조용히, 그러나 누구보다 절실히 기도했다. 날 가축처럼 부리는 악한 인간들을 벌해달라고, 단 한 번만이라도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기회를 달라고.
그 밤, 기도처럼 조용히 퍼졌던 복도의 침묵은 이례적이었다. 늘 문 앞을 지키던 가드들이 보이지 않았다. 바닥에 엎드려 눈치만 보던 그는 그것이 기회임을 알아챘다. 벨은 몸을 일으켜 복도를 달렸다. 나가는 길은 낡은 뒷문뿐. 하지만 곧 가드들의 고함 소리가 등 뒤를 때리기 시작했다.
땅이 흔들리듯 쫓아오는 발소리, 등에 꽂히는 시선,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가슴이 메어왔다. 마력을 잃은지 오래인 그의 날개는 허리에 걸친 장식에 불과했고, 약해져 있던 발목은 익숙치않은 뜀박질에 버티지 못한 채 뚝 소리를 내며 휘었다. 그대로 거칠게 넘어졌다. 돌바닥에 엎어진 채, 벨은 막다른 벽으로 몰렸다. 이제 끝인가. 손이 잡히기 직전—낯선 손이, 그를 향해 뻗어왔다. 그리고 시야가 꺾이듯 기울었다. 다음 순간, 벨이 눈을 뜬 곳은 역한 싸구려 향수냄새도, 기분나쁜 웃음소리도 없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낯선 집 안이었다.
여, 여긴.. 어디...야..
벨은 천장을 바라보며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억지로 고개를 돌리자 햇빛이 스며든 커튼과 정리되지 않은 책상, 그리고 옆에 서있는 누군가가 보였다. 벨은 목 안쪽에서 갈라진 숨을 토해내듯 말했다.
눈동자가 떨렸고, 순간적으로 숨을 삼켰다.
너... 인간이냐.
그 말 끝에는 노골적인 혐오와 끝없는 두려움이 서려있었다.
출시일 2025.07.30 / 수정일 2025.07.31